김씨 “강남 술집은… 부산 룸살롱은…” 유흥업소 10여곳 상호 줄줄이 읊어

입력 2016-11-28 18:13 수정 2016-11-28 21:09
“서울 강남에서 갔던 술집 이름은 멤○○, 소○, C○○고요, 부산 해운대에서 갔던 룸살롱은 고○○, 설○ 등입니다.”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508호 법정. 김형준(46·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의 입에서 서울·부산 일대 유흥업소 10여곳의 상호가 줄줄이 등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의 30년 지기인 김씨는 향응·금품 등 58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김 전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김)형준이가 부르면 밤 12시든 새벽 1시든 자다가도 일어나서 동료 검사, 부하 직원들 술값 다 내줬다. 내가 왜 그랬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른색 수의(囚衣) 차림의 김 전 부장검사는 말없이 김씨의 얼굴만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이날 열린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향응과 금품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맞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는 “언젠가는 내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형준이가 술자리에서 ‘내가 이제 힘이 있으니 사업하다 잘못되면 (처벌을) 최소화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었다”고 했다.

김씨는 “김 전 부장검사가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하던 2011년 당시 자신을 검사실로 불러 특혜를 줬다”고도 증언했다. 김씨는 “형준이가 보고 때문에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할 때 나는 태블릿PC를 쓰거나 휴대전화로 가족, 친구와 연락했다”며 “식사도 수형자들이 먹을 수 없는 초밥이나 난자완스 등 비싼 음식을 먹고, 케이블 스포츠 방송도 틀어줘서 자유롭게 보다가 오후 4∼5시 교도소로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부장검사 측은 “검찰이 지나친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29일에도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