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문형표 이사장 임명 ‘노골적 밀어주기’

입력 2016-11-29 00:01
지난해 12월 열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문형표 현 이사장에 대해 노골적인 밀어주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 이사장이 국민연금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28일 공개한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회의록에 따르면 임추위원 7명이 지원자 서류심사 당시 문 이사장에게 준 점수는 평균 93.71점(100점 만점), 면접심사 점수는 평균 92.29점이었다. 2위 지원자는 80점가량을 받아 문 이사장과 각각 13점과 12점 이상 차이가 났다.

임추위는 이사장 후보 추천 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3∼5배수를 추천해야 한다는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당시 임추위원장은 회의에서 “3∼5배수 추천은 지원자가 많을 때 얘기”라며 “바쁜 연말에 괜한 희망을 줘 면접에 참가시키기보다 2명을 면접대상으로 올려 1인당 면접심사를 늘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최저 점수를 받은 지원자는 면접 기회를 얻지 못했고, 문 이사장을 포함한 2명이 후보로 추천됐다. 하지만 워낙 점수차가 커 문 이사장이 무난히 임명됐다. 전임 최광 이사장이 지원했던 2013년 당시에는 이사장 지원자가 12명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문 이사장이 지원한다는 소식에 지원자가 3명으로 급감했다.

이사장 후보 추천 과정도 속전속결이었다. 지원서 접수가 마감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서류심사는 이틀 뒤인 16일, 면접심사는 21일에 진행됐다. 이후 별도 검토 없이 면접 당일 후보자가 추천됐다. 자산운용 규모가 500조원에 달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 추천이 일주일 만에 이뤄진 셈이다. 김 의원은 “통상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는 서류심사와 면접심사가 20일 이상 걸리고, 내부 이사회 등의 검토를 거쳐 상부에 보고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며 “이런 관례를 무시한 것은 처음부터 문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내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신)이 자사 펀드운용담당 임원의 반대에도 삼성 합병에 찬성해 결과적으로 35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신은 삼성물산 지분(2.85%)이 제일모직 지분(0.9%)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시 합병비율은 1대 0.35(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로 교환)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달리 SK와 SK C&C의 합병 때는 합병비율을 문제삼아 반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연금은 합병 찬반 여부를 투자위원회가 아니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넘겨 합병에 반대했다”며 “삼성과 SK 둘 다 합병비율 논란이 있었는데도 다른 결정을 내린 국민연금의 외압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