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뭉개고… 특검 앞에 서게 된 朴 대통령

입력 2016-11-28 18:07 수정 2016-11-28 21:35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에 관한 의혹을 밝히려 했던 검찰의 시도는 끝내 무산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이 불가능한 만큼 박 대통령 조사는 조만간 출범할 특별검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발표한 2차 대국민 담화에서 “언제든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검찰은 첫 100만 촛불집회가 열리고 난 다음날인 13일 박 대통령 대면조사 방침을 공식화하며 청와대에 ‘16일 또는 17일’을 조사시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15일 박 대통령 변호사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사건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 조사시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18일을 대면조사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17일 “다음주(21일 이후)에 대통령 조사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며 거부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 없이 20일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때 공개된 공소장에 직권남용 등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청와대는 검찰 공소장 내용에 대해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단정”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는 격한 말을 쏟아내며 맹비난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 조사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검찰 조사 거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검찰은 23일 유 변호사에게 “늦어도 29일까지 대면조사 요청에 협조해 달라”고 서면으로 조사 협조를 재요청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 28일 “대면조사에 협조할 수 없어 유감”이라며 최종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달 초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거짓말이 됐다.

검찰로서도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기회를 잃게 됐다. 검찰은 “뇌물죄에 대한 기소를 할 때 ‘뇌물수수자’를 조사하지 않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대통령의 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롯데·SK의 면세점 재입점 로비 의혹’ 등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 과정에 삼성 측 청탁을 받은 최씨 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씨가 추진한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70억원을 내놓은 것도 청와대 등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 외 SK와 부영 등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재원 출연을 요구받은 다른 기업들도 기금 요청 성격에 따라 박 대통령의 뇌물죄와 연결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 재요청을 거부해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는 특검의 조사를 통해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