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책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주택 경기가 안정 수준을 넘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뿐 아니라 동작·마포구를 중심으로 강북도 매매가·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내년 이후 입주대란 공포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양·임대주택 시장의 급격한 변화 대신 연착륙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을 시작한 전국 30여개 단지의 경우 지난 7∼10월 분양한 물량에 비해 인기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금대출 문턱이 높아졌고, 강남 등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개장 전 줄서기나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가 사라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26일 송파구 풍납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견본주택을 다녀온 김모(41)씨는 “지난 8∼9월에는 어느 단지든 상담을 위해서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는데 10분이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투자를 위한 목적보다는 실수요자 위주로 고객이 재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강남뿐 아니라 강북 주택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가 2주째 하락하면서 주변부의 집값과 전세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의 경우 최근 전세 보증금이 한 달 새 4000만∼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집값 하락과 함께 인기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3일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 파크 푸르지오’에는 1만5000여명,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에는 1만6000여명이 다녀갔다. 2∼3개월 전 분양 단지에 비해 20∼30%가량 방문객이 줄어든 셈이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문제는 내년 이후다. 11·3 대책으로 재건축 단지 중심 주택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임대소득 과세로 중저가 주택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급 물량 증가도 악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7년 37만 가구, 2018년 39만 가구로 2년 동안 총 76만 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마련 부담으로 투자수요는 물론 내 집 마련 실수요도 크게 줄게 되면 분양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입주대란도 우려된다.
부동산 시장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투기와 가계부채를 잡으려 하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함께 내년 주택 공급과잉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규제책만 내민다면 장기적으로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부동산의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보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부동산 과열 잡으려다 ‘경기’ 잡을라
입력 2016-11-2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