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남편에게 맞은 아내 신고 대신 화장? 모로코 뷰티프로에 비난폭주

입력 2016-11-29 04:17

가정폭력의 흔적을 덮는 화장법을 버젓이 송출한 모로코의 한 방송사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모로코는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악명 높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모로코 국영방송 채널2M은 지난 23일 ‘사바히얏’이라는 이름의 뷰티·메이크업 프로그램에서 멍 자국과 부은 얼굴을 감추는 메이크업 노하우를 소개했다. 방송 진행자는 시퍼런 멍이 든 모델의 눈가에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을 연신 발랐다(사진). 그러면서 “이 같은 ‘뷰티 팁(beauty tip)’이 당신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NS상에서 퍼져나간 이 장면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정폭력을 일상화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방송국에 탄원서가 밀려들었다. 여성 수백명은 탄원서에서 “가정폭력이 일반적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신고보다 은폐가 옳은 것처럼 방송이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폭력은 화장으로 덮을 수 없다.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방송국 측은 “가정폭력의 민감성과 중요성 판단에 있어 편집상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홈페이지에서 해당 방송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모로코의 가정폭력 실태는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올해 초 모로코 정부에 보낸 서신에서 “모로코 법에 가정폭력 해결을 위한 적절한 지침이 없다”며 “가정폭력 예방과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9년 18∼65세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가 55%에 이르렀지만 불과 3%만 이를 신고했다고 답했다.











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