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는 난생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봤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서로 다른 침대에 누웠고 처음으로 엄마 품에 안겼다.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샴쌍둥이로 태어난 제이든과 아니아스 맥도널드 형제가 지난달 뉴욕주 브롱크스 소재 한 병원에서 27시간에 걸친 분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복이 더 빠른 제이든이 먼저 붕대를 풀던 날 엄마 니콜의 기분은 남달랐다. 니콜은 제이든 머리 위로 조금씩 나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믿을 수 없어요. 정말 놀라워요”라며 환호했다. 추수감사절에 내린 축복이라며 지지해준 주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형제는 14개월 만에 처음 보는 서로의 모습이 신기한지 자꾸만 바라봤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맥도널드 형제는 머리 정수리 부분이 붙은 상태로 태어났다. 이는 250만분의 1의 확률로 샴쌍둥이 중에도 흔치 않은 경우다. 뇌조직 3.8∼5㎝가량을 공유한 상태여서 수술은 잦은 난관에 봉착했다. 니콜은 “아이 모두 뇌와 피부에 감염 증세가 있었고 두뇌를 덮는 뼈와 살을 상당부분 잘라내야 했다”며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니아스는 니콜에게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었다. 수술 전부터 호흡과 식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후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제이든이 먼저 붕대를 풀 때도 회복이 비교적 더뎠다. 두개골 일부를 제이든에게 양보해 7년 후쯤 다시 엉덩이뼈나 갈비뼈로 새로운 뼈를 만드는 수술도 받아야 한다. 그전까지는 보호장치를 장기간 착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을 수술한 신경과 전문의 제임스 굿리치 박사는 낙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굿리치는 “이런 수술의 경우 회복시간이 1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맥도널드 형제는 한 달 내에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이든과 아니아스는 당분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좋다”며 “제이든이 아니아스에게 큰 힘이 돼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도널드 형제는 앞으로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몸의 일부가 마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 크리스천은 “두 아이가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모금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니콜은 “아이들의 미래를 100번도 넘게 상상했다”며 “아이들이 공원을 가고 결혼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월드 화제] 서로 볼 수 없던 얼굴, 난생 첫 마주 본 형제
입력 2016-11-28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