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부산·울산·경남)과 대경권(대구·경북)의 10∼11월 경제지표가 악화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지진, 태풍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 반면 수도권과 제주도는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제주는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물론 제조업 생산도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28일 공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10∼11월 중 소비는 3분기(7∼9월)와 견줘 동남권과 대경권에서 소폭 감소했다. 부동산 훈풍이 불고 있는 수도권과 강원권은 입주물량 증가로 가전제품이나 가구 구매 수요가 확대됐다. 제주권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다 ‘코리아세일 페스타’ 영향으로 대형 소매점과 전통시장 매출이 모두 늘었다.
이와 달리 동남권과 대경권은 규모 5.9의 경주 지진 및 여진, 태풍 ‘차바’ 영향으로 관광서비스업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한은 포항본부 박상우 조사역은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객 감소로 지난달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58.3% 감소한 7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동남권과 대경권은 제조업 생산에서도 조선업 불황, 갤럭시 노트7 생산중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기업 구조조정과 태풍·지진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 경기 개선 흐름을 보이는 곳은 수도권과 제주권 정도다. 제주권은 ‘제주 한 달 살기’ 등 새로운 생활패턴이 등장하는 등 서비스업 생산, 소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심지어 제조업 생산지표마저 10∼11월에 뚜렷하게 나아졌다. 한은은 제주권의 제조업 생산 증가와 관련해 “음료제품 특히 소용량 위주 생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권은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은 제주본부 고혜영 조사역과 홍성수 과장은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의 소비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연평균 20.7% 증가했다. 지난해 제주도 내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4조9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관광객이 2조3000억원을 썼다. 관광객 카드 소비는 화장품점, 대중음식점, 저가형 숙소 등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한은의 지역경제 보고서는 표지가 금빛이라 일명 ‘골든북’으로 불린다. 한은 16개 지역본부가 각 지역 내 업체와 협회를 모니터링해 2월, 5월, 8월, 11월 발간한다. 직전 분기 경제지표와 비교해 개선이냐 후퇴냐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도구로 쓰인다. 한은은 이번에 250개 수출 제조업체를 상대로 내년도 수출 여건 변화를 설문했는데, 악화 예상이 38.5%로 개선 예상 22.7%보다 높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부동산·관광 덕 수도권·제주만 웃었다
입력 2016-11-28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