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이 복면을 벗었다. 뉴라이트, 비전공자, 은퇴 명예교수로 가득했다. 현대사 집필진에는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28일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31명을 공개했다. 선사·고대사 4명, 고려사 3명, 조선사 3명, 근대사 3명, 현대사 6명, 세계사 5명과 현장교원 7명으로 이뤄졌다. 편찬심의위원 16명은 내년 1월 말 수정된 최종본과 함께 공개한다.
교육부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해당 분야 권위자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실사구시의 자세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미래의 역군이 될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교육부 설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사 집필진에는 정통 역사학자가 한 명도 없다.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가 역사학 박사 학위가 있지만 군사학 전문가로 참여해 역사학자로 보기 어렵다. 현대사 집필진은 뉴라이트 대표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거나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다.
현대사 집필자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일·독재를 미화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김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을 지냈다. 근대사를 맡은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과 세계사 집필자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도 이승만 옹호론을 펴온 뉴라이트 계열이다.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검정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편향성 논란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초 교육부는 47명의 집필진을 계획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자격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고교 상업 교사를 빼면 46명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집필진은 31명이다. 김 편찬위원장은 “중학교 26명, 고교 20명을 배분할 계획이었으나 (집필진) 모임을 가지면서 중·고교 구분 없이 집필하기로 했다”며 “초빙을 통해 20명, 공모를 통해 16명 등 36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5명 가운데 1명은 몸이 아파서 그만두고 나머지는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현직 교수 대부분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했기 때문에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집필진을 모으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국책기관 소속 연구자가 다수를 이뤘다. 내부에서도 서술 수위나 내용을 놓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장은 “개인사정으로 그만뒀다는 집필진도 국정 교과서 내용에 동의하지 못해 그만뒀거나 부담감을 느껴 중도하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이가현 기자 will@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현대사 집필 6명 중 5명이 ‘뉴라이트·비전공자’
입력 2016-11-28 18:03 수정 2016-11-28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