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2월에도 ‘퇴진할 때까지 끝까지’ 기조를 이어간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진 데다 26일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던 터라 앞으로는 규모가 줄어들 거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탄핵과 국정조사, 검찰 수사와 특검 결과에 따라 촛불은 얼마든지 더 타오를 수 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매주 퇴진 촛불을 이어간다”며 “다음 달 3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차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회를 1∼2주 쉬는 시민이 나올 수 있다”며 “150만까지는 아니더라도 광화문광장을 꽉 메울 수 있는 50만 촛불은 계속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집회 형식은 기존과 다르지 않다. 청와대 포위행진과 자유발언,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등 문화제 형태가 유지된다. 지난 26일 집회가 서울에 집중된 만큼 이번 주말 집회는 전국 동시다발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 게릴라식 저항을 이어간다. 상가나 노점상에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거나 SNS 등에 풍자와 패러디 게시물을 퍼 나르는 식이다. 퇴진행동도 동시 소등하기나 경적 울리기 등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시민저항운동을 독려할 방침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집회 참여자 수보다 중요한 건 지속적 저항”이라며 “생활 곳곳에서 쉽고 재미있게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단체와 대학가도 힘을 보탠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을 시민불복종의 날로 선언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서울대도 이날 동맹휴업에 들어간다. 교수단체들이 모인 전국교수연구자시국회의는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시국선언을 한다.
촛불의 규모와 성격은 정치권이 분노한 민심을 끌어안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탄핵이 가결되고 국회 국정조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거리의 정치’는 잦아들 수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탄핵과 국조가 순항하면 시민들 사이에서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타나 집회 규모는 다소 줄어들 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이 부결되는 등 민심을 끌어안지 못하면 촛불은 다시 타오른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촛불 안에 숨은 민심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등 정치권이 박 대통령 퇴진 뒤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분노한 민심이 정치권의 무능으로 향하게 되면 촛불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검은 또 다른 기폭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검찰에 협조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듯 특검도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국민들에게 분노와 저항의 명분을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촛불은 대통령 퇴진 요구뿐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수준까지 번질 수도 있다. 구 교수는 “촛불은 앞으로 여러 집단이 연대한 모습으로 진화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촛불이 박 대통령 퇴진에 머무르지 말고 정경유착·학연 등 봉건적인 문제와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朴 대통령 퇴진때까지”… 눈·비 내려도 촛불은 타오른다
입력 2016-11-29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