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입력 2016-11-28 18:11
교육부가 28일 중학교 역사①, 중학교 역사②, 고교 한국사 등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의견을 들은 뒤 내년 1월 말 최종본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역사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과서 내용과 처음으로 밝혀진 집필진 구성 등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공개하자마자 집필진의 뉴라이트 계열 편향, 박정희 시대 미화 등 날선 비판이 시작됐다. 이른바 ‘역사 전쟁’이 벌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사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정부가 지정하는 소수의 학자들만 참여함으로써 생각과 관(觀)의 획일화 주입 우려가 있었다. 교육의 기본 목표 중 하나인 다양성에도 어긋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내용이 다시 편찬되는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이미 지나간 일들이라 치자.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다. 국정 교과서 내용으로 자칫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역사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이 갖고 올 피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지금, 이념적 대립이 보태진다면 혼란상은 불 보듯 뻔하다.

모두 침착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역사 전쟁으로 인한 편가르기와 혼란, 이념적 대립은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니 여론의 불신 정도가 높은 국정 교과서 채택을 청와대와 교육부가 무조건 강행할 이유는 없다. 그게 합리적이지도 않다. 이 부총리가 국정 교과서 폐기나 국·검정 혼용 불가를 계속 못 박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다. 혹시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 이미 결정된 것이므로 무조건 그대로 간다는 식이라면, 무책임한 자세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달의 의견 수렴 일정이 있으니 이 부총리는 여론을 살피면서 유연하게,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기 바란다. 여러 정황으로 봐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게 지혜롭게 보인다.

국정 교과서 내용을 편향적으로 공격하는 측도 과도한 언동을 자제해야 한다. 토씨 하나하나에 시비를 거는 듯한 공격은 비이성적이다. 그런 것은 결국 정치 이념화돼 정파적 공세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역사관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번 교과서 내용도 엄연한 하나의 연구물이다. 청와대와 정부, 학계는 진보 보수를 떠나 국정 교과서 채택 문제를 책임 있게, 엄중하게 다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