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도 넘은 권력 사유화, 그 끝은 어디인가

입력 2016-11-28 18:11
검찰이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KT 인사 및 광고 강요’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KT 인사 채용에 관여한 것은 물론이고 광고대행사 선정까지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꼭 받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측은 ‘29일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도입 전 검찰의 대통령 조사는 불가능해졌다.

검찰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차은택-최순실-박근혜-안종범’ 커넥션의 그림이 그려진다. 차씨가 측근을 최씨에게 추천하면, 최씨는 이를 박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기업 회장 등에게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인사 개입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씨가 실소유주인 회사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68억여원어치 광고 7건이 발주됐다. 최씨 측을 위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음을 알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내린 지시가 정말 맞는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검찰은 다만 광고대행사 포레카 지분 강탈 혐의에 대해선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맞지만 어떤 협박을 지시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충분히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었지만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급박한 시국 수습 방안 마련과 특검 후보 추천 등 일정상의 어려움을 대면조사 거부 이유로 내세웠다.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한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박 대통령이다. 국가의 모든 일정을 어렵게 만든 책임도 박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 이후 20여일간 침묵하고 있다. 국정 마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표명할 때가 됐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변론 형식으로 소명하면 된다. 하야 시점을 밝히고 내년 4월까지 퇴진하라는 정치권 원로들의 고언도 귀담아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