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프 대세는 ‘카우치 쇼핑’

입력 2016-11-28 17:47
‘블랙프라이데이가 카우치 프라이데이(couch friday)로 바뀌고 있다.’

미국 일간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블랙프라이데이는 한때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한 풍경을 연출해 왔다. 좋은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선점하느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예사였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집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늘었다. 올해는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의자에 앉아 여러 곳의 가격을 살피며 여유 있게 구매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카우치 프라이데이’는 푹신한 의자를 가리키는 카우치와 블랙프라이데이를 결합한 것으로 집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긴다는 뜻이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는 쇼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33억4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30억 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쇼핑 증가가 큰 기여를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중 모바일 매출은 12억 달러로, 처음 10억 달러를 넘었다.

온라인 쇼핑 방문객 중 55%가 PC가 아닌 스마트기기를 통해 접속했다. 스마트폰이 45%, 태블릿PC가 10%였다. 모바일, SNS 등 소비자와 모바일 접점을 만든 유통업체들의 판매는 평균보다 3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은 애플 아이패드, 삼성전자 UHD TV, 애플 맥북에어, LG전자 TV,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등이었다.

모바일 쇼핑의 위력은 이미 중국 광군제(光棍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매출은 1207억 위안(약 2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 증가했다. 이 중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비중은 82%였다. 주문 5건 중 4건이 모바일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북적이는 건 매장이 아니라 택배사와 배송업체들이다. 로이터통신은 데이터 분석업체 리테일넥스트를 인용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매장 방문객이 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 분석가 마샬 코헨은 “목요일부터 문을 연 매장들은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별로 바쁘지 않았다”면서 “사람들이 과거처럼 매장을 찾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택배는 매우 분주하다. 광군제에 접수된 택배 불량은 10억개가 넘었다. 제때 배송하기 위해 택배 업체들이 고속철 객차까지 통째로 빌리는 등 전례 없이 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