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는 내게 아버지 같은 분” 청년이 된 17년 前 난민소년의 애도

입력 2016-11-29 00:02

“그는 날아오르라고, 꿈을 꾸라고 가르쳤습니다. 그가 곁에 없으니 혁명의 성취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2000년 미국과 쿠바의 양육권 전쟁을 촉발시켰던 ‘난민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22·사진)가 지난 25일(현지시간) 타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추억을 털어놨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곤살레스가 27일 쿠바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던, 나의 아버지나 다름없던 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곤살레스는 5살이던 1999년 11월 어머니와 보트를 타고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주로 밀입국하려다 풍랑을 만났다. 일행은 모두 숨졌지만 그는 미국 어부에 의해 구조됐다.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은 본국에 돌려보내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에 사는 친척과 쿠바의 생부가 양육권 쟁탈전을 벌이고 카스트로까지 직접 개입하면서 곤살레스의 송환 문제는 미국과 쿠바의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결국 2000년 4월 미국이 무장 연방요원까지 투입해 곤살레스를 아버지가 있는 쿠바로 송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그를 구해준 어부 품에 안긴 곤살레스가 연방요원의 총구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진은 미국과 쿠바의 갈등을 상징하는 기록이 됐다.

카스트로는 고국으로 돌아온 곤살레스의 초등학교 졸업식까지 참석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곤살레스는 사관학교를 나와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살레스는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나를 쿠바로 돌아오게 도와주고 힘들 때 우리 가족과 아버지의 친구가 돼 줬다”고 회고했다. 이어 “카스트로를 이야기하려면 과거시제보다 미래시제를 택해야 한다”며 “나를 포함해 카스트로의 가르침으로 자라난 모든 젊은이들이 그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