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돕는자 되자” 노숙인 돕는 노숙인

입력 2016-11-28 20:58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노숙인들이 26일 역 인근에서 열린 ‘제17회 광야인의 날’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광야교회 제공

서울 영등포구 광야교회(임명희 목사) 노숙인 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노숙인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26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옆 고가 밑에서 열린 ‘제17회 광야인의 날’ 행사에서 온종일 자원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인근 노숙인과 쪽방주민, 독거노인 등 1800여명을 위한 위로잔치였다.

참석자들은 모두 겨울용 점퍼를 선물로 받았다. 영양 많은 돼지국밥으로 점심식사도 했다.

광야교회는 한 달간 매일 저녁 행사비용 마련과 좋은 날씨를 달라며 기도회를 가졌다. 특히 겨울용 점퍼를 올해도 전달할 수 있을지 염려했다. 경기침체로 후원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온누리교회와 또감사교회, CTS기독교TV 등의 후원이 잇따랐다. 노숙인 교인들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임명희 목사의 설교를 듣고 주머닛돈을 털었다. 노숙인 교인들은 “우리도 돕는 자가 되자”며 의기투합했다. 역에서 노숙하는 자매는 폐지수집으로 하루 1000원씩 모은 30만원을 헌금했다. 한 형제는 무명으로 50만원을, 쪽방에 살다 임대주택으로 간 자매는 100만원을 헌금했다.

자원봉사자 김관상 CTS기독교TV 사장은 “하나님은 여러분을 소중히 여기신다. 힘내시라”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가수 윤항기 목사는 CCM 신곡 ‘걱정을 말아요’을 불러 행사장 분위기를 달궜다. 첫눈이 내리는 가운데 난타와 색소폰, 기타 팀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임 목사는 신학대 2학년이던 이곳에 전도하러 왔다가 30년째 사역 중이다. 임 목사는 “교회가 노숙인 치유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