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현지시간) “지난 대선 때 수백만명이 불법투표를 했다”며 “이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총 득표수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앞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수백만명이 불법적으로 투표한 걸 제외한다면 총 투표에서도 내가 이겼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클린턴 측의 위스콘신주 재검표 요구와 별개로 미국의 투표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는 290대 232로 승리했으나 총 득표수에서는 클린턴에 200만표 뒤졌다.
그는 ‘불법투표자 수백만명’ 주장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위스콘신주 등 일부 지역의 투표 결과가 해킹되면서 총 득표수에서 앞선 클린턴이 선거에서 졌다는 의혹에 맞서 우파들이 SNS에 퍼뜨린 주장을 검증하지 않은 채 인용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트럼프는 이 주장을 편 지 몇 시간 후에 트위터에 글을 다시 올려 “버지니아주와 뉴햄프셔주, 캘리포니아주에서 심각한 투표 조작이 있었다”며 “왜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반응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릭 하센 UC어바인대 교수는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투표하는 경우가 수십명에 이른다면 모를까 수백만명이라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베커 선거개혁연구소장은 “시민권자가 아닌 투표자를 찾는 건 벼락 맞은 상어한테 물려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비유했다.
한편 트럼프의 침묵 속에 일부 측근은 ‘밋 롬니 국무장관’ 카드에 연일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의 수석고문인 켈리안 콘웨이는 ABC방송에 출연해 “당의 통합도 좋지만 국무장관까지 내주는 건 지나치다”고 반대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 반대 운동을 주도한 롬니가 고위직을 맡는다면 지지자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통령 당선인인 마이크 펜스와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롬니 카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뉴욕포스트는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외국 정부에 클린턴재단을 조사토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수백만명 불법투표”… 클린턴측 재검표에 ‘맞불’
입력 2016-11-28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