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플랫폼 서울혁신파크] 쓰레기로 보이나요? 세상에서 가장 싼 단열재랍니다

입력 2016-11-30 00:47 수정 2016-11-30 04:01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대안기술을 연구·보급해 온 적정기술공방이 건물 기초공사에서 시도하고 있는 ‘빈병을 활용한 구들 하부 단열공법’. 이 공법을 적용하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일반 건물에 비해 적은 연료로도 같은 난방효과를 낼 수 있다. 적정기술공방 제공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는 서울혁신센터가 관리하는 입주단체만도 140개가 넘는다. 공모를 통해 혁신파크에 둥지를 튼 이 단체들은 활동 분야와 목적, 업력(業力)과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혁신’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여’를 주요 기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창의와 혁신, 그리고 열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도전에 나선 기업과 단체들을 만나본다.

글싣는 순서

[1회] 질병 치유서 사회 치유 거점으로
[2회] 창의와 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3회] 공유와 연결, 함께 만드는 미래
[4회] 혁신파크와 서울혁신의 만남

더불어 사는 세상

(재)아름다운커피

올해로 11년째 공정무역을 하고 있는 재단법인이다. 공정무역은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해결하려는 운동이다.

아름다운커피는 국내 공정무역의 개척자나 다름없는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에서 태동했다. 수공예품 위주로 공정무역을 하던 아름다운가게가 2006년 커피를 취급했고 규모가 커지자 2014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게 아름다운커피다.

아름다운커피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커피 등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판매한다. 초콜릿, 코코아, 원당, 견과류 등 약 40종의 상품을 거래하는데 커피 비중이 80% 이상이다.

아름다운커피는 경복궁점(종로), 세정점(강남), 단국대점(용인), 창덕궁점(종로) 등 4개의 직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소규모 지역 카페들과 협력해 지난 5월 공정무역 카페 공동브랜드 ‘아름다운커피 유니온’을 출범시켰고 현재 7호점까지 오픈했다. 아름다운커피는 저개발국 생산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옹호사업팀장은 29일 “아름다운커피는 윤리적 거래와 소비를 통해 생산자, 소비자, 시민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세상을 바꾸는 1%(시장점유율)’가 되고자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꿈을 실현하는 ‘장터’

㈜착한엄마

여성 공예작가, 경력단절 여성,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장터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13년 설립돼 다양한 형태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종로구 율곡로3길(감고당길)에서 야외공예마켓인 ‘수상(受賞)한 그녀들의 공예길’을 매주 토·일요일 열고 있다. 정동 덕수궁돌담길에서는 ‘덕수궁 페어샵’을 운영한다. 소상공인 박람회, 사회적경제 장터, 청년 야시장 등도 운영했다.

내년에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청년창업자를 위한 야시장 형태의 장터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개성 있는 수공예품 등을 전시·판매하는 공간도 개설해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추진 중이다.

김주연 착한엄마 대표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창업자나 여성 공예작가들이 많다”며 “다양한 장터 기획을 통해 취약계층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적정기술로 공동체 회복

적정기술공방

건축물, 놀이시설, 난방기구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시설과 도구에 적정기술을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적정기술은 적은 비용과 노동,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안기술을 말한다.

올해로 설립 10년째인 적정기술공방은 초기에는 북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난방에 쓰이는 축열식 벽난로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6분의 1 정도의 연료만 쓰고도 이전과 같은 난방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귀농·귀촌인들에게 보급해 왔다.

2012년에는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과테말라 화덕 원조 사업에 기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볏짚을 단열재로 사용하고 흙과 나무 등 생태적 소재를 활용한 스트로베일 공법 등을 확산시키는 생태건축, 폐빠레트를 활용한 놀이터 조성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교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함승호 적정기술공방 대표는 “자립을 위한 기술의 교류를 통해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회복을 꾀하고 기술의 사회성과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빈집으로 주거복지 실현

㈜두꺼비하우징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시재생 관련 사회적기업이다. 빈집을 전세 내 셰어하우스(Share House) 등으로 리모델링한 후 청년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빈집 프로젝트 공가(共家)’가 주요 사업모델이다.

집주인은 방치했던 빈집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리모델링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입주자들은 저렴한 임대료에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가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자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집주인, 임차인, 사업자, 서울시가 모두 ‘윈-윈’하는 사업이다.

2014년 8월 은평구 증산동에 있는 방 7개짜리 2층 양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은평·성동·성북구 등 빈집 10채가 공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 강북구 삼양동의 3층 다가구주택도 11호점으로 선정돼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김미정 두꺼비하우징 공동대표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면 마을환경도 개선되고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도시재생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건강한 정착

㈜마을무지개

결혼이주여성들이 중심이 돼 2012년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8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11명과 은평구 지역 여성 7명 등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결혼이주여성과 지역 여성이 2인1조로 다문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딱딱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다문화 음식을 직접 만들고 의상체험을 하고 그 나라 놀이기구도 만들어보는 등 실습·체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지금까지 약 4만명의 학생들에게 다문화 수업을 진행했다.

마을무지개는 다문화 수업·강연이 주 사업이지만 학교나 자치단체 등이 주관하는 각종 축제에서 다문화 공연도 한다. 이달 초에는 은평구 역촌동에 중국,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음식을 제공하는 다문화 음식전문점 ‘타파스’를 열었다.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점을 기업 활동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햇빛 마을공동체 만들어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 확산을 목표로 2013년 2월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등에 의존하는 에너지 생산체계를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으로 전환시켜 가자는 시민사회운동이 발전해 조합으로 탄생했다.

공공시설 옥상에 햇빛(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거나 주택에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4월 노원구 상원초등학교 옥상에 32.7㎾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했고 다음 달 초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 75㎾급 햇빛발전소 2호기가 준공된다. 내년에는 관악소방서와 세종문화회관 옥상에도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는 가로 1m65㎝, 세로 1m 크기의 직사각형 패널인 미니태양광발전기 보급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약 5000가구에 설치했고 연말까지 보급 가구를 600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조합은 에너지 교육,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박규섭 조합 상임이사는 “서울은 전력자급률이 3%에 불과한 에너지 의존형 도시이자 에너지 과소비 도시”라며 “조합활동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생활방식을 에너지 저소비 형태로 전환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서울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