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의 디오’ 아닌 도경수(23), ‘샤이니(SHINee)의 민호’ 아닌 최민호(25). 그들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배우 타이틀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연기돌’의 좋은 예인 두 사람은 연기에 뛰어든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같은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 선후배이기도 한 두 사람이 일주일 차로 스크린 경쟁을 펼치게 됐다. 도경수는 코미디영화 ‘형’에서 조정석과, 최민호는 범죄액션물 ‘두 남자’에서 마동석과 호흡을 맞췄다. 장르는 명확히 다르지만 ‘남남(男男) 케미’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닮았다.
도경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24일 개봉한 ‘형’에서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유도선수 고두영 역을 맡았다. 권수경 감독은 “도경수가 촬영 전 4개월간 유도연습을 했다”며 “해외 공연 등 스케줄이 빡빡한 와중에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을 어색함 없이 표현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도경수는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며 “두영이 절망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카트’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도경수는 연기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첫 주연작 ‘순정’에서 한층 세밀해진 감정 연기를 펼친 데 이어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20대의 발랄한 로맨스를 소화했다.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벌써 차기작 ‘신과 함께’ 촬영 중이다.
도경수는 “무대에서는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며 즐길 수 있어 행복하고, 연기를 할 때는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 표출되는 데 희열을 느낀다”며 “가수로서든 배우로서든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은 항상 같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두 남자’에서 과감한 변신을 선보였다. 극 중 가출 청소년 무리의 리더 진일 역을 맡아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했다.
최민호는 이번에 ‘꽃미남 아이돌’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거의 매 장면 얼굴에 피멍이 든 채 등장한다. 걸핏하면 아무 데서나 얻어터지고 두들겨 맞는다. 노래방 악덕업주(마동석)에게 붙잡힌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기도 한다.
“진일이라는 캐릭터 만났을 때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 무너뜨리는 거니까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걱정보다는 궁금함이 컸죠. 그래서 이 작품에 더 끌린 것 같아요.”
연기 경험은 꽤 있지만 영화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다. 최민호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크린 주연 타이틀을 달게 돼 너무나 뿌듯하고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두 남자’에서 선보인 제 새로운 모습이 여러분 가슴속에 깊이 박혀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수와 배우 중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 “아직 두 분야 모두 편하지 않고,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는 게 겸손한 그의 말이다.
도경수와 맞붙게 된 데 대해서는 “워낙 아끼는 후배이고 친분이 있다 보니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촬영 당시 서로 응원을 주고받기도 했다. 선의의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형’ 도경수-‘두 남자’ 최민호, 연기돌 넘어 진짜 배우로
입력 2016-11-29 00:09 수정 2016-11-29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