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판에 넘겨진 차은택(47·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문화계 황태자’로 활동한 기간을 전후해 자신의 광고기획사에서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차씨는 2006년 1월 자신이 경영하던 아프리카픽쳐스에 부인 오모(47)씨를 직원으로 허위 등재했다. 이곳에서는 차씨가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에 체류하던 지난달까지 오씨 명의로 매월 수백만원이 지급됐다. 10년이 넘도록 상여금까지 허위 회계처리를 하며 빼돌린 돈이 6억4616만여원이었는데, 상당액은 차씨의 생활비와 채무이자 충당에 쓰였다.
차씨가 부인 명의만 활용한 건 아니었다. 차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전직 직원도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두고 같은 방식으로 각각 1억2722만여원, 2억310만여원을 챙겼다. 부인 앞으로는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고급 외제차인 아우디와 레인지로버가 리스됐는데, 이 리스 비용도 결국 회사가 처리했다. 딸의 유학을 위해 2014년 9월 직원들의 교육훈련비 865만여원을 횡령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작은 회사의 회삿돈을 갈취하면서 큰 권력을 등에 업고 금품을 챙기기도 했다. 차씨는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의 행사 대행용역 업체 선정을 추천해주는 대가로 H사로부터 2억8600만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도 있다. H사는 영상물 제작을 차씨의 차명회사 엔박스에디트에 의뢰한 뒤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다. 이 같은 제안은 차씨가 먼저 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영향력을 의식한 H사가 응한 결과였다.
차씨의 대부로 불리던 송성각(58·구속 기소)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비위도 새로 드러났다. 송씨는 콘진원장 부임 직전 임원으로 있던 광고업체 머큐리포스트의 법인카드 2개를 지난 10월까지 3773만여원어치 사용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송씨가 먼저 머큐리포스트 측에 “확실히 내가 원장으로 간다. 머큐리포스트의 영업에 도움을 줄 테니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결과였다.
법인카드를 받아 쓰던 송씨는 지난해 3월 머큐리포스트 대표를 콘진원장실로 호출했다. 그는 콘진원이 주관하는 연구과제들의 내역을 제시하며 “너희가 할 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당시 머큐리포스트 대표는 “할 만한 건 빙상경기장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딱 하나가 있네요”라고 답했다. 2개월 뒤 머큐리포스트는 3년간 45억원의 지원을 받는 해당 연구과제 수행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이경원 기자
부인·아버지·前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꾸며 차은택, 자신의 회사서 10억 횡령
입력 2016-11-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