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청와대를 포위한 최대 규모의 ‘촛불 민심’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퇴진 요구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앉아 눈을 닫고 귀를 막은 셈이다.
청와대는 27일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면서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촛불집회가 5주째 계속되는 동안 녹음테이프를 틀어놓은 것처럼 같은 논평이 반복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TV를 통해 집회 상황을 지켜봤고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전언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하야나 퇴진을 생각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정국 수습책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를 전후해 대국민 담화를 하거나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 시국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감안하면 담화에는 ‘특별검사 수사 적극 협조’ ‘탄핵의 부당성 호소’ 외에 담길 것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탄핵과 즉각 하야를 외치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추가 입장 발표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 얼굴도 쳐다보기 싫다는 것 아니냐”며 “‘물러나지 않는다’는 입장이 그대로인데 담화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 안에선 국정조사와 특검에서 어떤 의혹이 추가로 제기될지 모르니 일단 기다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4일 두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말 바꾸기’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29일을 대면조사 시한으로 정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 요구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는 엿새째 수리되지 않았다. 이날 정상 출근한 최 수석은 “상황은 전과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퇴 결심엔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차은택씨를 구속 기소하며 박 대통령을 다시 한 번 공모자로 적시한 점은 치명타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가까워지면서 청와대 내에선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실마다 총리실에 넘겨줘야 할 주요 과제들을 정리하느라 임기 초만큼 바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꿈쩍 않는 朴 대통령, 언제 응답할까
입력 2016-11-28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