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6년만에 美서 그랜저 철수 검토

입력 2016-11-27 18:45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6세대 그랜저(프로젝트명 ‘IG’·사진)의 미국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최종 확정되면 2000년 그랜저XG가 처음 수출된 이후 16년 만에 미국 시장에서 그랜저가 사라지게 된다.

현대차가 그랜저 신모델을 수출하지 않으면 현재 미국 딜러들이 보유한 그랜저HG(판매 모델명 아제라) 재고가 소진된 후 판매는 자연스럽게 중단될 전망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카스쿱도 지난 22일 현대차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신형 그랜저가 북미와 유럽, 호주 등에서는 판매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그랜저 신모델 공식 출시행사에서도 내년 내수판매 목표만 공개하고 해외판매 목표는 내놓지 않았다.

회사 차원의 철수 검토는 그랜저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고급 준대형차로 인기를 얻은 그랜저가 미국 중형 세단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에는 실적이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2001년 미국 내 그랜저 판매량은 1만7884대를 기록했고, 2006년에는 연간 최고 실적인 2만6833대가 팔렸다.

그러나 인기는 점점 줄었다. 2008년 1만4461대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3808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3년(1만1221대)을 제외하고는 1만대 이상 팔지 못했다. 2011년 1524대까지 추락했다가 2014년에는 7232대, 지난해에는 5539대가 팔렸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시장 내 그랜저 판매량은 4134대에 그쳤다. 반면 제네시스 G80와 쏘나타는 같은 기간 각각 2만1635대, 17만243대 팔렸다. 준대형 모델인 그랜저가 대형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중형 모델인 쏘나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특히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내년 하반기 그랜저와 동급인 중형 세단 G70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그랜저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기엔 부담이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현대차는 2011년 유럽에서 비슷한 이유로 중형차 i40를 내놓으며 쏘나타를 철수시켰다. 중동 지역 등 그랜저가 인기 있는 지역에는 계속 수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랜저의 미국 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