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崔 지시로 김기춘 만났다”… 金 거짓말 드러나나

입력 2016-11-27 17:45 수정 2016-11-28 00:06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가 최순실(60)씨의 지시로 김기춘(77·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직접 만났었다고 차씨 변호인이 밝혔다. 수년에 걸친 최씨 무리의 국정농단 행각을 현 정부 ‘왕실장’으로 군림하던 김 전 실장이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차씨 측은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최씨 등이 함께 골프를 친 사실도 털어놨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은 조만간 출범할 특별검사팀의 선순위 타깃이 될 것이 유력하다.

차씨의 변호인 김종민 변호사는 27일 차씨가 구속 기소된 직후 기자회견을 자처해 김 전 실장과 차씨가 만났던 사실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차씨가 2014년 6∼7월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과 만났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도 동석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차씨에게 장소를 지정해주면서 ‘찾아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청와대 인근 비서실장 공관이었다는 것이다. 차씨는 김 전 실장과 10분가량 면담했다고 한다.

차씨는 그 얼마 전 펜싱선수 출신 고영태(40)씨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는데, 차씨가 이들의 사업 구상 등을 미심쩍어하자 보증 차원에서 ‘왕실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얘기다. 차씨는 그해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됐다. 당시 4인 회동 참석자들의 면면에 비춰 문화 분야 인사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던 김 전 실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공관으로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를 모른다는 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현 정부 창립 공신이자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가 최씨의 존재나 차씨의 인선 배경 등을 몰랐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변호사는 차씨와 최씨, 고씨,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 및 이화여대 교수 등이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골프 회동을 제안한 건 최씨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4년 초 우 전 수석 처가 소유의 경기도 화성 기흥컨트리클럽에서 동반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5월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가 9개월 뒤 민정수석에 올랐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 최씨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화여대 측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각종 불법적 특혜를 제공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의 골프 멤버들이 이후 최씨의 전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사정 당국 고위 관계자는 “특검 수사의 제일 목표는 김기춘과 우병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차씨가 중국에 있을 때 김성현(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전화해 ‘회장(최순실)이 형보고 다 안고 가야 한대’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차씨가 잘못을 반성하면서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해 왔다”면서도 “업무상 횡령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나머지 3개 범죄 사실(강요·직권남용·알선수재)은 검찰과 견해가 다르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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