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朴 하야 거부 땐 심각한 국정공백 사태”

입력 2016-11-27 18:11 수정 2016-11-27 21:11
150만명이 운집한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경찰청이 있는 종로구 내자동 인근 한 커피숍에서는 행진 참가자들을 위해 냉수와 온수통을 내놓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마시도록 했다. 이병주 기자
26일 서울에 첫눈이 내린 이날 어린이들이 양초로 불씨를 나눠주고 있다. 이병주 기자
행진의 가장 앞쪽인 내자동로터리의 경찰 차벽에는 꽃스티커가 붙었다. 경찰이 차벽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기념촬영을 돕고 있다. 이병주 기자
외신들은 주말 사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한국의 시위에 대해 “시위가 5주째 접어들었지만 한국인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다시 결집해 한목소리로 하야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외신은 “박 대통령이 하야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한국은 심각한 국정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CNN방송은 27일 “추위와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날 한국민들이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CNN은 특히 한국민들의 분노는 비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면서 경제 침체,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잘못도 시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농민들이 트랙터와 트럭까지 몰고 와 시위에 동참한 것에 주목했다. 농민 이모(53)씨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농민들이 시위에 에너지를 보태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시위가 청와대 인근에서도 벌어졌다”면서 “시위대의 ‘박근혜 체포’ ‘구속하라’는 구호를 청와대에서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 시위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잇따랐다. 영국 BBC방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한국민이 평화롭고 축제 형태의 집회로 시위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위는 평화로웠고 거의 축제에 가까웠다”면서 “시위대 사이에서도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시위대가 갑자기 촛불을 1분간 한꺼번에 껐는데 이는 박 대통령이 한국을 암흑의 세계로 만들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를 인용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마비되면서 국정공백 상태가 야기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초) 향후 16개월간 나라가 정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국정공백 상태와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노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국정마비 상태에 빠졌다”면서 “박 대통령이 설사 탄핵을 모면한다고 해도 권위가 추락하면서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