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삼성 ‘최순실 블랙홀’에 갇혀 올스톱

입력 2016-11-28 00:05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 연말 인사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잡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고 최고 경영진은 잇달아 검찰에 출석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안한 주주가치 증대 제안에 대한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미국 나스닥 상장, 30조원 특별 배당 등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전반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11월 말까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같은 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삼성을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한 달 만에 조직개편안을 내놓기 어려운데 최근 분위기에서 큰 결정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됐다. 하만 인수 등 미래의 먹거리를 둘러싼 그랜드 비전 제시와 조직개편을 통한 새판짜기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로선 검찰 수사가 일단락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이후 불안감을 느끼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은 있다. 특별배당보다는 자사주 매각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트7 사태로 이익이 줄어 현금배당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잠잠해질 때까지 사업 활동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내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 주요 전시회 차질과 함께 갤럭시S8 출시도 4월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 인사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보통 12월 첫째 주에 인사를 단행하고 그 이후 조직개편을 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하지만 올해 인사는 예전대로 하되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부터 아예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재계에선 벌써부터 검찰의 거친 수사 방식을 놓고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인데 기업들만 새우 등 터지듯 뭇매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A기업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버티니까 검찰이 방향을 틀어 기업들을 몰아세우면서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라며 “외신에도 기업들이 비리집단으로 낙인찍히면서 향후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도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이 힘없는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수사하며 명예회복을 노리는 게 아니냐”며 “앞으로 검찰뿐 아니라 특검까지 이런 식으로 기업을 휘두르면 당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