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은 靑 코앞에서 “朴 대통령 구속하라” 함성

입력 2016-11-27 18:28 수정 2016-11-27 21:43
주말마다 이어지는 대규모 집회에 시민들은 풍자와 여유로 서로에게 힘을 북돋웠다. ①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촛불 든 시민을 태운 황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의 이름은 ‘하야하소’라고 한다. ②청와대로 행진하던 한 시민이 경찰도 동참해 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③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 대열이 들어서자 경찰이 청와대로 가는 길을 버스로 가로막고 있다. 흰 원 안쪽이 청와대. 서영희 김지훈 기자

150만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를 둘러싸고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으나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면서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는 더욱 거세졌다. 법원이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을 허가, 시민들의 외침은 북악산 아래 청와대 안쪽 깊은 곳까지 울려퍼졌다.

26일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모(45·여)씨는 “대통령이니 하야하라고 했던 건데 검찰 조사 결과 죄가 드러났다. 이제는 대통령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죄를 졌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모두 네 차례 집회에 참여한 임제혁(39) 변호사도 “법조인 입장에서 ‘구속하라’는 구호는 당연하다. 집회가 거듭될수록 시민들의 구호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5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선 시민들이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근혜는 범죄자’ ‘이제는 항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앞선 집회에서는 ‘하야하라’는 구호가 대부분이었다.

추위도 촛불을 끄진 못했다. 이날 기온은 영하 0.7도까지 내려갔다. 최고기온도 2.7도에 불과했다.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오전부터 거세게 날리던 눈발은 오후 들어 진눈개비로 바뀌더니 오후 4시쯤 잦아들었다. 시민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촛불집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들고 촛불을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주최 측 추산 150만명(경찰 추산 27만명)이 모였다. 광화문광장을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남대문, 동쪽으로는 종로1가, 서쪽으로는 서대문역 부근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회사원 안모(41)씨는 “날씨가 안 좋지만 박 대통령이 뻔뻔하게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집회에 안 나올 수 없었다. 저녁 늦게까지 있을 생각으로 따뜻하게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후 1시 광화문 일대 곳곳에서 시민평의회, 청소년 시국회의 등 다양한 사전 집회가 열렸다. 오후 4시부터는 시민 35만여명이 청와대를 포위하듯 에워싸는 ‘청와대 인간 띠 잇기’ 행진을 진행했다. 법원은 전날 주최 측의 행진 신고에 대해 서쪽으로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동쪽으로는 세움아트스페이스, 남쪽은 율곡로까지 시민들이 행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간은 오후 5시30분까지로 제한됐다. 법원이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대규모 행진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는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홍원기(22)씨는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싶어 여기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말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 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모(58)씨도 “박 대통령이 귀를 막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래서 이렇게 코앞에서 외치고 싶었다. 직접 소리를 들으면 좀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시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수차례 함성을 질렀다. 주변을 지나던 차량은 시민들의 구호에 맞춰 경음기를 울리기도 했다. 오후 4시쯤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줄지어 몰려오자 주민센터 인근에 모여 있던 시민 300여명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평화집회 분위기도 계속 유지됐다. 150만명이나 모였지만 연행자는 없었다. 경찰 부상자도 없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모였던 시민들은 법원이 허가한 오후 5시30분이 되자 자진해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갔다.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본 집회가 열렸고 오후 8시부터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내자동로터리에서 한발 물러나 통인로터리에 차벽을 설치했다. 시민들은 밤 12시까지 경찰과 대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집회 참가자들은 해산하기 시작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새벽까지 자유발언 등을 이어가며 밤샘 집회를 진행했다. 밤 12시가 넘자 통제됐던 일대 도로도 모두 통행이 재개됐다.

일부 시민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 계속 남아 산발적으로 촛불을 밝혔다. 박성경(28·여)씨는 “어떻게 (물리적으로) 해보려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어 남아 있다. 경찰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집회를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글=김판 윤성민 오주환 기자 pan@kmib.co.kr, 사진=서영희 이병주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