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가 지난 25일(현지시간) 타계하면서 60년간 쿠바에 드리웠던 그의 그림자가 걷혔다. ‘카스트로의 시대’가 막을 내리자 쿠바의 ‘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국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카스트로의 죽음이 쿠바에 즉각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에는 그의 죽음이 과거와의 심리적 단절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또 “특히 젊은세대 사이에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막대한 압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아바나의 한 공대생은 “여기 사람들은 지쳐 있다”며 “카스트로가 이곳을 망쳐놨다”고 WP에 말했다.
카스트로에 이어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85)의 개혁 정책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카스트로는 2006년 라울에게 권력을 넘겨줬지만 이후 10년간 강력한 막후 실세 역할을 하면서 부담을 줬다. 형의 그늘 밖으로 나온 라울의 행보가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문은 경제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의 쿠바 전문가 아르투로 로페스 레비는 “실용성이 떨어지는 공산주의 정책을 제거하려는 노력과 함께 시장 중심 개혁이 탄력받을 것”이라며 “카스트로의 카리스마가 사라진 공산당의 위치를 경제 성과가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용주의자인 라울은 2011년 이후 경제자유화 움직임을 통해 형의 엄격한 국가주도 경제 정책에 대한 암묵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4월 연설에서 “쿠바에도 미국처럼 두 개의 정당이 있다”며 “피델 것과 내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반대 노선을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쿠바가 정치범 석방 등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쿠바의 갈등을 상징했던 카스트로의 사망으로 양국의 관계 개선이 가속화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운명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라울이 2018년 퇴진을 공언한 상태라 내부 정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임으로는 미구엘 디아즈-카넬(56) 현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유력하다. AFP는 혁명에 참여하지 않은 카넬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강경파인 혁명 세대와 진보적인 비혁명 세대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연구기관인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이클 쉬프터 회장은 AFP에 “카스트로의 죽음이 확실히 권력층에 더 큰 분쟁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라울만큼 그의 정적(政敵)들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카스트로 사망 쿠바 어디로… 동생 라울의 개혁 속도낼 듯 변수는 트럼프
입력 2016-11-27 18:38 수정 2016-11-27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