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결혼을 앞둔 박모(33·여)씨는 얼마 전 성형외과를 찾아 이른바 신데렐라 주사를 맞았다. 박씨는 27일 “주변 친구들도 많이 맞았다고 해 호기심에 병원을 찾았다”며 “별다른 효과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간호사인 박모(34)씨는 친구들을 불러 비타민 주사를 놓아주곤 한다. 술자리에서 “비타민 먹고 가야지”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친구들에게 권한다.
청와대가 백옥주사와 태반주사, 마늘주사 등 영양주사제를 다량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용·건강 목적의 영양주사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지난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청와대 의약품 목록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실은 이른바 백옥주사에 사용되는 글루타티온 600㎎을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60정 구매했다. 연예인들이 피부 미백을 위해 맞는다는 주사로, 글루타티온은 항산화 성분으로 활성산소를 억제·제거한다. 과다 투여하면 백반증과 저색소증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학계에 보고 돼 있다.
청와대는 2014년 11월 마늘주사의 주성분인 프로설티아민 10㎖를 50개 구매했다. 마늘주사는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는 직장인들이 주로 맞는다. “노화를 억제한다”는 소문 때문에 50대 주부들 사이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인기다. 투약 시 역한 마늘 냄새가 올라와 구토나 발진,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태반주사 성분인 라이넥주는 청와대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2㎖씩 150개를 구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태반주사는 녹십자 라이넥주와 일본의 멜스몬주가 전부다. 항노화와 피부 미백, 잔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주사 부위가 가렵거나 나른함, 몸살이 일시적으로 날 수 있다. 라이넥주는 청와대 자문의였던 김상만씨가 원장으로 재직한 녹십자아이메드의 모회사 녹십자의 주요 상품이다.
감초주사는 녹십자 히시파겐씨주를 일컫는다. 감초주사는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글리시리진산암모늄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글리신을 주성분으로 한다. ‘약방에 감초’란 말처럼, 감초는 거의 모든 한약에 들어간다. 피로 해소 효과가 좋아 한약의 스테로이드라 불린다. 청와대는 히시파겐씨주 20㎖를 지난해 4월과 지난 6월 각각 50개 구매했다.
국내 영양주사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비급여 의약품의 허가범위와 사용실태 및 해외 관리사례조사’에 따르면 영양주사 처방액은 2011년 342억2150만원에서 2014년 511억1767만원으로 49% 증가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비급여 미용시술 의약품의 처방액은 같은 기간 945억2562만원에서 1355억4924만원으로 43% 늘어났다.
서울대 의대 김용식 교수는 “영양주사는 오남용 되거나 불순물이 들어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교과서에도 없는 약들로 효능이 정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질에 따라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며 “밥을 잘 챙겨 먹어 몸에 영양소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권했다.
박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약품 구매는 의무실장의 권한”이라며 자신과는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에는 경호실과 비서실 직원, 경찰까지 합하면 1100여명이 근무하는데 비아그라는 직원들의 고산병 대비 차원에서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靑 구입 ‘영양주사제’ 효과는 글쎄?
입력 2016-11-28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