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역사에서 빠졌던 곳입니다. 이제 그 역사를 되돌려 받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용산공원이 될 용산 미군기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승 대표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 ‘웨스트8’ 대표와 함께 용산공원을 공동 설계한다.
승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조성계획 추진상황 설명회’에서 용산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기지 내 1200여개 건물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80여개만 남겨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용산기지는 100년 이상 일본군과 미군이 점령했던 곳인 만큼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총독관저부터 한미연합사 등 역사적 시설이 다수 있다. 특히 승 대표는 지하벙커에 관심을 보였다.
“일반에 공개하는 일본 총독관저 옆 지하벙커에 가 봤어요.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아 세밀히 보지는 못했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지하벙커가 수백 개라고 하더군요. 미군 철수 후 지형지물을 확인해 활용도를 높일 겁니다.”
승 대표의 건축물은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곳이 많다. 그의 대표 건축물은 유홍준의 자택 ‘수졸당’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건축철학이 되는 ‘빈자의 미학’을 구현했다.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역시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하고 조성됐다.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구즈 대표가 용산공원 설계자로 선정된 뒤 승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1년 팀을 결성했다.
구즈 대표도 “도심의 대형 공원은 유럽에 없다”면서 “용산공원을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비교하는데 신 개념의 한국적 공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용산기지 평택 이전을 계기로 2027년까지 243만㎡ 면적인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크고 작은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7개 부처에서 제안한 8개 시설을 용산공원에 도입하겠다는 활용 방안 등이 공개되면서 용산공원을 각 부처가 나눠먹기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신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난개발 얘기도 나왔다. 용산공원 기존 건물 활용 방안 등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승 대표는 공교롭게도 서울시 1호 총괄건축가로 2014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활동했다. 괜한 오해를 염려할 법도 했지만 승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축만 이야기했다.
“건물은 없어져도 그 공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마당으로 쓸 거예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국방부를 이전하는 겁니다. 그러면 용산공원이 도심 속 공원으로 온전히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은 기존 8개 시설물 활용 방안(콘텐츠)을 전면 재검토하고 건물도 신축하지 않기로 했다. 2011년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 제시된 ‘2027년 공원조성 완료’ 등의 추진 일정은 주변 여건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선발하는 국민참여단은 공원 조성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다.
국토부 김경환 1차관은 “2027년 조성 완료는 완성이라는 의미보다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수 세대에 걸쳐 채워나가는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용산공원 설계 맡은 승효상 이로재건축사사무소 대표 “용산 미군기지 내 역사적 가치 80개 건물만 보존”
입력 2016-11-27 20:00 수정 2016-11-27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