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또다시 신청사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와중에 지자체들이 새집 짓기에 나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는 27일 “3300여억 원을 들여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 부지 2만㎡에 신청사를 짓기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현 청사를 팔아 1300억원을 마련하고 공유재산을 매각해 1700억원, 광교신도시 복합개발이익금 1500억원 등으로 건립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올 들어 기본설계를 마친 도는 내년 6월 신청사 건립공사를 착공해 늦어도 2020년까지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용인시가 옛 경찰대학 건물을 도청으로 활용하면 수천억원의 신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뒤늦게 신청사 유치전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신청사 건립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인천시는 남동구 구월동 현 청사 인근에 신청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 청사와 맞붙은 인천시교육청이 서구 도시개발사업지구인 루원시티로 이전하는 데 동의하면 그 자리에 높이 24층, 총면적 10만8000㎡의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것이다.
시는 1985년부터 사용 중인 현 청사의 공간이 좁아 본청 소속 공무원의 20%가 넘는 376명이 송도국제도시 미추홀타워 등에 분산 근무해 청사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를 위해 28일 시교육청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루원시티 개발사업 보고회를 갖기로 했다. 신청사 건축과 시교육청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는 41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시교육청 직원들은 “루원시티로 옮기면 잔디밭과 정자 등 휴식공간이 사라지고 전체 부지도 현재 2만5000여㎡에서 절반 수준인 1만3000㎡로 줄어들 뿐 아니라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 총 부채는 공사·공단을 포함해 2015년말 기준 11조2556억원으로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청주 옛 중앙초교 부지에 도의회 독립청사를 신축하려다가 행정자치부의 투자승인 불허로 제동이 걸린 경우다. 더구나 충북도는 도민들의 여론을 의식해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고 당초 청사 개보수 및 증축방안을 지난 8월 43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신청사 신축’으로 전환한 이후 행자부 투자심사 신청 때까지 이를 비밀에 부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민들도 모르게 당초 개보수와 증축 비용 155억원의 3배 가깝게 사업비를 늘린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나라가 온 나라가 어지럽고 경제사정도 꼬여가는 마당에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신청사를 짓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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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호화 신청사 ‘망국병’ 도졌다
입력 2016-11-27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