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도자, 역사가 기억할 것” vs “자국민 60년 억압 독재자의 타계”

입력 2016-11-27 18:53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타계한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에 대해 일제히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카스트로는 제국주의에 맞선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방 지도자들은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전(弔電)을 통해 “중국 인민은 친밀한 동지이자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카스트로 동지는 전 세계 사회주의 발전에 불후의 공헌을 했다”면서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로 역사와 인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카스트로를 ‘저명한 정치가’ ‘전 세계 현대 역사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러시아의 진실하고 믿을 만한 친구였다”며 죽음을 애도했다.

대표적인 중남미 좌파 지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혁명은 카스트로의 유산 위에 세워져야 한다”면서 “그가 추구한 독립, 사회주의, 인류애에 대한 깃발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슬퍼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카스트로를 “서방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지도자”라고 칭송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카스트로를 “사회주의와 정의를 위한 반제자주 위업 수행에 특출한 공헌을 한 저명한 정치 활동가”로 평가했다.

이에 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한 명의 인물이 그 시민들과 주변인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역사가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며 카스트로에 대한 평가를 후세에 맡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성명에서 “전 세계는 자국민을 거의 60년간 억압했던 야만적인 독재자의 타계를 목격했다”며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가난,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쿠바가 개혁과 번영, 인권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계 소식에 “그가 평화 속에 잠들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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