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강의를 꼼꼼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교수님 말씀이 빠르고 공부할 내용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웃음)”(남광희 전도사) “그래? 앞으론 수업 때 말을 좀 천천히 해야겠네.”(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지난 24일 경기도 시흥 대교 HRD센터에서 열린 ‘서울신대 신대원 퇴수회’ 현장. 졸업예정자 110여명이 16명의 교수들과 밤새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졸업예정자들은 4∼5명씩 방을 같이 쓰며 졸업 후 사역방향을 놓고 밤을 새워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선 ‘목회자의 영적 갱신과 한국교회 부흥’ ‘미래 목회와 진로’ ‘이슬람 사역’을 주제로 김회권(숭실대) 윤철원(서울신대) 교수, 김삼 요르단 선교사 등의 특강을 준비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신학대의 졸업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신대에는 사은회라는 행사가 있었다. 과거 졸업예정자들은 가운 대여나 앨범 제작 등 졸업준비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납부했는데, 이중 일부를 떼 대형식당에서 사은회를 갖고 감사의 선물을 교수들에게 증정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이런 사은회 문화가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들이 1000만원을 모아 학생들을 위한 역(逆)사은회인 퇴수회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하도균 서울신대 전도학 교수는 “부정부패를 끊기 위한 고육책으로 김영란법이 시행된 것은 이해되지만 신대원 교육 현장에선 학생들이 교수에게 카네이션 하나도, 생수 한 병도 대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화가 그동안 유지돼온 스승과 제자의 관계마저 끊어놓고 사랑과 정이 부족한 기계적인 사람들을 목회현장에 배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교수들 사이에서 생겼고 퇴수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졸업예정자들은 교수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격하는 분위기다. 경가람(26·여) 전도사는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어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보냈는데,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은 물론 대다수 동기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웃었다.
조갑진 서울신대 신학대학원장도 “1박2일간 학생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하고 미래 진로에 대해 서로 대화하며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사제지간의 따스한 정을 나눴다”고 귀띔했다. 김영란법이 바꾼 사은회 문화는 노세영 서울신대 총장이 25일 폐회예배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흥=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카네이션 없었지만 師弟 함께 밤새 이야기꽃
입력 2016-11-27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