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일감 몰아주기’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총수일가인 대한항공 조원태(41)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조사 첫 타깃이었다(국민일보 2015년 5월 20일 1면 보도).
공정위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대한항공에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회장 장남 원태씨를 고발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판매 업무를 독점하는 업체로 대한항공은 이 회사에 인터넷 광고 수익을 몰아줬다. 또 싸이버스카이를 통해 구매하는 볼펜, 가방 등 선물용 판촉물 마진율을 4.3%에서 12.3%로 3배 가까이 올려 지분 100%를 소유한 총수일가에 부당이득을 챙겨줬다. 싸이버스카이는 조 회장의 자녀 3명이 각각 33.3%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 지분 전량을 넘겼다. 대한항공은 유니컨버스에 콜선터 운영업무를 맡기면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위법행위가 2009년부터 시작됐지만 이를 규제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이 지난해 2월부터 시행돼 그 이후 행위만 제재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징금도 관련 부당 매출액에 비해 3∼4배 적었고, ‘땅콩 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부사장도 고발대상에서 빠졌다. 당초 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조현아 부사장도 고발 요청했지만 공정위 전원위원회는 조 부사장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 시행 직전인 2014년 말 부사장 직에서 사퇴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고발대상에서 뺐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조 회장이 피해자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 회장 자녀 2명을 모두 고발 조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게 내고 최씨가 연루된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사업에 투자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이라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 현장 조사는 조 회장이 불이익을 받기 1년 전에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한 사안”이라며 “이번 게이트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대한항공 조원태 첫 고발
입력 2016-11-27 18:59 수정 2016-11-27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