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5차 촛불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담긴 ‘광장 민주주의’의 결정판이었다. 첫눈에 비까지 내린 추운 날씨도 국민들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주최 측은 전국에서 190만명(서울 150만명), 경찰은 33만명(서울 27만명)이 모였다고 추정했다. 누구의 추정이 맞든 100만 촛불이 운집했던 지난 12일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연행자는 없었다. 국민들은 분노 대신 평화를 선택했다. 규모뿐만 아니라 형식과 내용도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우선 헌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 근처에서 평화시위를 한 역사가 새로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청와대 200m 앞까지 접근하는 ‘턱밑 행진’이 가능해지면서 충돌이 우려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끝까지 비폭력·평화시위 기조를 유지했다. 경찰버스에 꽃스티커를 붙이는 등 평화로운 항의를 선택했다. 1분 소등 행사에는 주변 상점들도 대거 참여했다. 논술고사까지 마친 고3 수험생들이 포함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던 점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뮤지컬 공연을 감상하고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회를 즐겼다. 경찰도 압박과 경고 대신 설득을 통해 평화 시위를 보장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역행한 민주주의를 국민들이 견인한 셈이다.
국민들의 비폭력 시위에는 폭력적 방법으론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묻어 있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외신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가 축제와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국민들은 평화적 방법을 통해 대통령에게 퇴진할 것을 준엄하게 요구했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퇴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준엄한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현 국면을 풀어갈 정치적 해법과 일정을 국민들에게 밝힐 때가 됐다.
[사설] 성숙한 시민의식 재확인한 5차 촛불집회
입력 2016-11-27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