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을 맞고 있는 차이잉원(사진) 대만 총통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대만 내에서 한국 박근혜 대통령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이 총통에 대한 업무수행 만족도가 취임 초 70%에서 처음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취임 100일을 맞던 지난 8월이었다. 당시 차이 총통은 단기간에 국정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지지율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립적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지표민조(指標民調)에 따르면 지난 10월 차이 총통의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불만 48.4%와 만족 34.9%로 8월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차이 총통의 강력한 지지계층인 20, 30대가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민진당 성향 대만싱크탱크(智庫) 여론조사에서 취임 초 20∼24세 76%, 25∼34세 64%이던 지지율이 모두 5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25∼34세는 불만(44%)이 만족(40%)을 초과했다.
차이 총통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 철회는 노동법 개정 등에서 나타난 지지부진한 개혁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만 언론은 차이 총통이 국민당 재산 몰수 등 정치적 ‘마녀사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기득권 세력들은 한편에서 대규모 시위를 통해 연금 개혁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의 양안 관계에 대한 차이 총통의 모호한 태도도 안팎의 불만을 쌓고 있다. 차이 총통은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키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을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현상 유지’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의 멘토로 불리는 리덩후이 전 총통은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상 유지 정책은 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며 현상 유지가 아니라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리 전 총통은 26일 대만 언론에 “대만은 두려움 없이 자기 길을 가야 한다”면서 “각종 이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차이 총통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결과를 맺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잘못하면 한국 대통령 꼴 난다”… 지지율 폭락 차이잉원 향한 경고
입력 2016-11-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