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가 뭐니?… ‘최강’의 전북, 亞 점령

입력 2016-11-27 19:05
전북 현대 선수단이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알 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1대 1로 비겨 합계 3대 2로 승리를 거두고 10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른 뒤 그라운드에 태극기를 펼쳐 놓고 환호하고 있다. 전북 현대 홈페이지
2011년 11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알 사드(카타르)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 전북은 승부차기 끝에 2대 4로 패했다. 경기장을 찾은 4만여 관중은 크게 실망했다. 전북은 팬들에게 반드시 ACL 우승컵을 안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 정복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중국 클럽들이 ‘황사 머니’로, 중동 클럽들이 ‘오일 머니’로 세계적인 스타들을 데려가 전력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었다.

전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5년 만에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심판 매수’라는 대형 악재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전북은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의 하자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알 아인과의 2016 ACL 결승 2차전에서 한교원의 선제골을 앞세워 1대 1로 비겼다. 1, 2차전 합계 3대 2로 앞선 전북은 2006 시즌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무대 정상에 올랐다.

K리그는 ACL 우승 기록을 5회(2006 전북·2009 포항·2010 성남·2012 울산·2016 전북)로 늘렸다. ACL이 현 체제로 개편되기 전까지의 기록을 포함하면 K리그 팀의 우승은 총 11회에 달한다.

전북은 이날 전반 2분 만에 로페즈가 상대 수비수와 충돌해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로페즈 대신 투입된 한교원은 전반 30분 이재성의 왼발 코너킥을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4분 뒤 알 아인에서 뛰는 이명주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전북은 전반 41분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더글라스의 실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2006년 우승 당시에도 전북 골문을 지켰던 권순태는 후반 선방쇼를 펼치며 우승을 지켜냈다. 알 아인의 즐라코 달리치 감독은 전반 추가시간 주심의 판정에 항의한 박충균 코치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까지 휘둘러 동시 퇴장 명령을 받아 패배를 자초했다.

전북의 이번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모기업과 선수단이 철저한 계획으로 일궈낸 ‘준비된 우승’이었다. 전북은 2007년 8강에서 탈락했고, 2008년과 2009년엔 아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시즌 ACL 우승을 위해 전북은 김신욱과 김보경, 이종호, 김창수 등을 영입해 ‘더블 스쿼드’를 만들었다. 정규리그와 ACL을 병행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장쑤 쑤닝(중국), 빈 즈엉(베트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잇따라 2대 3으로 패하며 흔들렸다.

토너먼트에서 순항하던 전북은 스카우터의 심판 매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 9월 30일 이번 시즌 리그 승점 9점을 삭감당한 전북은 그 여파로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는 ACL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전북 선수들은 “ACL 우승컵마저 내줄 순 없다”며 최강희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전북은 이번 우승으로 돈방석에 안게 됐다. 우승 상금 300만 달러와 함께 조별리그 14만 달러, 토너먼트 진출 상금 총 40만 달러를 더해 ACL에서만 총 354만 달러(약 41억7000만원)의 거액을 벌어들였다. 또 아시아 클럽 챔피언 자격으로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진출, 최소 150만 달러를 확보해 최소 59억원을 손에 쥘 전망이다.

전북은 이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2016에서 세계적인 클럽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12월 8일부터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엔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5팀)과 개최국 등 6개 팀이 출전한다. 전북은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승리하면 세계최강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