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 “음원차트 무관하게 좋은 노래 계속 낼 것”

입력 2016-11-29 00:01
지난해부터 사계절의 정서를 담은 음반을 차례로 출시하고 있는 가수 이한철. 그는 28일부터 CBS 표준FM에서 ‘그대 창가에 이한철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DJ 활동도 시작했다. CBS 제공

‘남들처럼 기념 공연을 열까, 아니면 사랑받은 곡들을 추려 베스트 음반을 만들까.’

싱어송라이터 이한철(44)은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콘서트를 열거나 베스트 음반을 출시하는 건 자신이 달려온 20년의 세월을 박제(剝製)로 만드는 것 같았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20주년을 자축하고 싶었던 그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독특한 콘셉트의 음반을 출시하는 것. 이한철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어울리는 곡들로 4개의 앨범을 만드는 ‘계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쉼표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곡을 만들면 컴퓨터에 계절별로 분류해놓곤 했어요. ‘2013년 봄’ ‘2014년 겨울’…. 이런 식의 폴더가 있었던 거죠. 각 폴더마다 쌓인 곡들을 세어보니 총 150곡이 넘더군요. 이들 노래를 계절별로 분류해 좋은 곡을 추려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봄의 정서를 담은 프로젝트의 첫 음반 ‘봄날’은 지난해 3월 발매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가을의 느낌이 담긴 음반 ‘늦어도 가을에는’이 세상에 나왔다. 올해는 지난 7월 ‘여름의 묘약’이라는 음반을 출시했다. 각 음반마다 7∼8곡을 담았으니 최근 1년 8개월간 20곡 넘는 노래를 발표한 셈이다.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겨울 음반은 내년 1월 발매된다. 이한철은 최근 이 음반에 담길 노래 ‘산책’을 미리 공개했다. 그는 “1월에 마지막 음반을 발표한 뒤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며 “계절 프로젝트 음반을 통해 세상에 내놨던 곡들을 들려드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철은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음반을 발표한건 95년 10월. 99년 밴드 불독맨션을 결성한 뒤부터는 밴드와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05년 출시한 곡 ‘슈퍼스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200여곡 중 가장 애착을 갖는 노래로는 2012년 발표한 ‘흘러간다’를 꼽았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노랫말이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곡이다. ‘지난날 나에게 거친 풍랑 같던/ 낯선 풍경들이 저만치 스치네/ 바람이 부는 대로 난 떠나가네/ 나의 꿈이 항해하는 곳….’

“꾸준히 음반을 내는 게 뮤지션의 의무입니다. 음원차트 톱10에 들지 못하더라도 계속 좋은 노래를 선보이는 삶을 사는 게 저의 꿈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