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기념 공연을 열까, 아니면 사랑받은 곡들을 추려 베스트 음반을 만들까.’
싱어송라이터 이한철(44)은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콘서트를 열거나 베스트 음반을 출시하는 건 자신이 달려온 20년의 세월을 박제(剝製)로 만드는 것 같았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20주년을 자축하고 싶었던 그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독특한 콘셉트의 음반을 출시하는 것. 이한철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어울리는 곡들로 4개의 앨범을 만드는 ‘계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쉼표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곡을 만들면 컴퓨터에 계절별로 분류해놓곤 했어요. ‘2013년 봄’ ‘2014년 겨울’…. 이런 식의 폴더가 있었던 거죠. 각 폴더마다 쌓인 곡들을 세어보니 총 150곡이 넘더군요. 이들 노래를 계절별로 분류해 좋은 곡을 추려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봄의 정서를 담은 프로젝트의 첫 음반 ‘봄날’은 지난해 3월 발매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가을의 느낌이 담긴 음반 ‘늦어도 가을에는’이 세상에 나왔다. 올해는 지난 7월 ‘여름의 묘약’이라는 음반을 출시했다. 각 음반마다 7∼8곡을 담았으니 최근 1년 8개월간 20곡 넘는 노래를 발표한 셈이다.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겨울 음반은 내년 1월 발매된다. 이한철은 최근 이 음반에 담길 노래 ‘산책’을 미리 공개했다. 그는 “1월에 마지막 음반을 발표한 뒤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며 “계절 프로젝트 음반을 통해 세상에 내놨던 곡들을 들려드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철은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음반을 발표한건 95년 10월. 99년 밴드 불독맨션을 결성한 뒤부터는 밴드와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05년 출시한 곡 ‘슈퍼스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200여곡 중 가장 애착을 갖는 노래로는 2012년 발표한 ‘흘러간다’를 꼽았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노랫말이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곡이다. ‘지난날 나에게 거친 풍랑 같던/ 낯선 풍경들이 저만치 스치네/ 바람이 부는 대로 난 떠나가네/ 나의 꿈이 항해하는 곳….’
“꾸준히 음반을 내는 게 뮤지션의 의무입니다. 음원차트 톱10에 들지 못하더라도 계속 좋은 노래를 선보이는 삶을 사는 게 저의 꿈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이한철 “음원차트 무관하게 좋은 노래 계속 낼 것”
입력 2016-11-2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