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제 금융시장이 ‘전약후강(前弱後强)’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발표,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영국과 유럽의 완전한 단절) 가능성 등 불안요소가 상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고립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 성장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7일 국제금융센터가 작성한 ‘2017년 세계경제 및 국제 금융시장 동향’은 내년도 금융 환경을 “마이너스 금리가 고착화하고, 통화정책의 한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정책과 브렉시트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도 심해지고 있다”고 잠정 결론냈다.
특히 경기 회복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하며 부작용이 심화됐다고 봤다.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 이후 유로존과 일본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스웨덴의 주택 가격이 21%나 오르는 등 자산시장이 과열된 게 대표적인 예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도 마이너스 폭 확대에 경계감을 느끼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설명했다.
또 파운드화와 위안화 약세도 주목된다. 지난 6월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며 약세를 보인 파운드화의 경우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이 불확실하고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완화 등으로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완만하게 둔화되며 자금 유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위안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자본의 중국 이탈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전반의 성장동력도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과잉 설비에 대한 조정 압력이 계속되고 저성장으로 인한 자국우선주의, 고립주의가 부상하며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한계, 시장 기대보다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 등이 경기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로존(1.2%)과 일본(0.8%) 모두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흥국들은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회복으로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는 내년까지 7.6%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경제의 불안요인 6가지도 제시했다. 트럼프 당선·브렉시트·유럽의 민족주의 정당 약진 등 고립주의의 부상,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자산시장 조정 가능성, 중국 기업 부실과 개혁 딜레마, 유럽계 은행 불안, 원유시장 재조정 등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 ‘전약후강’
입력 2016-11-2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