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朴대통령 말발 안 먹힌다… 청와대 “원안대로” 교육부 “여론수렴”

입력 2016-11-25 21:36
교육부가 25일 중·고교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 여론에 따라 국정화 철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국정 교과서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거셀 경우 내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 새 국정 교과서를 일괄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과서 국정화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청와대와 정부 간 혼선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정대로 28일 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국민 의견을 듣고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2017학년도부터 모든 중·고교에 국정 역사 교과서를 일괄 적용한다는 방침에서 후퇴해 일부 시범학교 적용,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 혼용 등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근혜정부가 학계의 반발에도 계속 추진해왔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존 정책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국·검정 혼용, 국정화 재검토 등 입장을 건의받은 적이 없다”며 “현재로선 기조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도 여전히 강하다”며 “교육부로부터 대안 마련 제의가 오면 그때 가서 검토해볼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 부총리의 국회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선 정부 부처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집필 가이드라인인 ‘교과용 도서 편찬 기준(안)’도 공개했다. 논란이 돼왔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해 편찬 기준은 “유엔 결의에 따른 (1948년) 5·10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유일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을 서술한다”고 명시했다. 역사학계는 보수단체 뉴라이트연합의 ‘건국절 사관(史觀)’이 반영됐다고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편찬 기준은 다만 “대한민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설명(하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을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가치를 모두 포괄하는 중립적 표현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찬 기준은 박 대통령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서술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욱 권지혜 이도경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