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 시도했지만… ‘건국절 논란’ 반감 커 진통 불가피

입력 2016-11-25 21:45 수정 2016-11-26 00:54

“대한민국은 1948년 수립됐지만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은 계승한다.”

교육부는 25일 전격 공개한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교과용 도서 편찬 기준’(국정 역사 교과서 편찬 기준)에서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절충을 시도했다. 건국절 논란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절충을 시도하긴 했지만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 모두 건국절 사관에 대한 반감이 강해 진통이 예상된다.

건국절 사관은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본다. 당초 교과서에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었다. 대한민국 건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역사학자들이 “북한도 1948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즉 국가 수립으로 보는데 우리는 ‘정부 수립’이라고 격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한 뒤 ‘건국절 논쟁’이 촉발됐다.

하지만 1948년에 대한민국이 탄생했다는 주장은 항일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친일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역사학계에서는 박근혜정부가 건국절 사관을 받아들이고 교과서에도 반영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편찬 기준은 “유엔의 결의에 따른 5·10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라고 썼다. 다만 헌법 전문을 인용, “(대한민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이라고 덧붙였다. 건국절 사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우 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우려대로 일부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건국절 사관’이 반영됐다”고 반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건국절 사관과 국정 역사 교과서는 관계없다. ‘위안부’와 친일에 대해 검정 교과서보다 서술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서술도 강화될 전망이다. 편찬 기준은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내용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좌편향’ 논란이 제기됐던 북한 관련 내용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비판하고 핵과 인권, 북한이탈 주민 문제 등 최근 북한 동향의 심각성에 관해서도 서술하도록 했다.

이승만·박정희정권과 관련해서는 각각 ‘반공’과 ‘경제성장’이란 점이 강화될 전망이다. 편찬 기준은 “역대 정부를 서술할 경우에는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그 공과를 균형 있게 기술한다”고 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이 두 대통령이 교과서에서 지나치게 폄하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