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간호학 박사 1호’ 김수지(사진) 전 서울사이버대 총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김 전 총장은 급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장례식장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11호)이며 발인예배는 28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따로 없으며 시신은 기증한다.
김 전 총장은 평생 간호사로 살았다. 아픈 사람 돌보는 일을 소명으로 삼았다. 간호사가 된 것은 1948년 여순사건 때 총살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남성을 돌봐줬던 간호사 아주머니에게 감명을 받아서다. 그 길로 이화여대 간호학과에 입학했고 78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보스턴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전 총장은 79년 국내 처음으로 호스피스를 도입했다. 한 여성 암환자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며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도왔던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엔 호스피스란 말 자체도 없던 시절이었다.
김 전 총장은 호스피스센터와 요양원, 정신사회재활센터를 건립해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늙어가겠다는 꿈을 꿨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2004년부터 서울사이버대 학생으로 변신, 62세의 나이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2006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해 서울사이버대 총장으로 취임했고 2009년엔 꿈에 그리던 노인공동생활 시설인 요양센터를 개원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011년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로 선교활동을 떠나 릴롱궤 대양간호대 교장으로 일하며 간호 교육과 행정, 지역봉사 등에 힘썼다. 심리적 약자를 지원하는 ‘좋은의자’와 ‘아하가족성장연구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이화여대 간호대학장, 대한간호학회장, 대한YWCA 연합회 부회장, 한국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장, 한국호스피스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별세한 고(故) 김인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남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시신까지 주고 떠난 첫 간호학 박사
입력 2016-11-27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