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가 확인됐다. 올해는 두 문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5일 오류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수능이 도입된 1994년 이후 여섯 번째인데 박근혜정부 들어서만 세 차례나 발생했다. 특히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하겠다’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전환하고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강행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역사 과목 오류가 나왔다.
출제 당국이 오류로 인정한 2017학년도 수능 문제는 한국사 14번과 물리Ⅱ 9번이다. 한국사 14번은 1904년 창간된 대한매일신보의 활동을 물었다. ①번 ‘국채 보상 운동을 지원하였다’가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이었다. 하지만 ⑤번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였다’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시일야방성대곡은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최초 게재됐지만 1주일 후 대한매일신보에도 실렸다. ⑤번에 ‘최초’란 단어를 빼먹은 초보적 실수를 범했다.
물리Ⅱ 9번은 아예 정답이 없다.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그림 참조). 로런츠 힘을 이용한 속도선택기의 원리를 이해하는지를 묻는 문제다. 이의제기는 단 1건 접수됐지만 학회 자문 결과 오류로 판명됐다. 한국물리학회는 “자기장의 방향이 전제되지 않아 보기에 제시된 ‘ㄱ’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답안 중 정답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수능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수험생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는다. 한국사 14번 같은 오류의 경우 ‘시일야방성대곡=황성신문’이라고 단순히 암기한 수험생은 쉽게 답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있어 대한매일신보에도 실린 점까지 알고 있는 수험생은 오히려 혼란을 겪고 시간을 허비했다.
입시 전략을 짜는 데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물리Ⅱ 9번이 ‘정답 없음’ 처리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 이 과목을 선택한 인원은 3528명인데 당초 정답인 3번을 고른 수험생은 2388명(67.7%)으로 추정된다. 다른 답을 고른 1140명도 점수가 오르면서 이 과목의 평균점수가 상승하게 됐고, 표준점수는 하락하게 됐다. 다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보다 불리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물리Ⅱ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응시한다”며 “치열한 최상위권 입시에서 3번을 고른 수험생들이 손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이고 3, 4등급까지는 문·이과 모두에서 감점이 없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수능의 공신력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8번, 2015학년도에는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교육부는 검토 절차를 대폭 보강하는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2016학년도 수능은 무사히 치렀으나 이번에 두 문제가 오류였다. 평가원 관계자는 “교육부와 실태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채점과 성적표 배포 등이 마무리되면 이번 오류에 책임을 지고 김영수 평가원장은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오류가 나오면 평가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관례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답 없거나 2개거나… 또 ‘엉터리 수능’
입력 2016-11-25 17:47 수정 2016-11-2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