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업 동원한 건 범죄”… 朴 “崔 지원은 민원 해결”

입력 2016-11-25 18:16 수정 2016-11-25 21:13
‘체육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별관 앞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조카이자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권을 챙기려 한 장시호씨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중앙지검 별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특별검사 활동 이전까지를 시한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 SK, 롯데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주말에도 관련자를 소환한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기업들의 재단 출연, 정부의 면세점 사업권 확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결국 대기업과 청와대 간의 뒷거래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다른 이가 아닌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구조라 충분히 범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등의 공소장에는 경제 정책과 기업 관련 대통령의 직무 범위가 상세히 적혀 있다. ‘각종 재정, 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 최종 결정’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에 대한 직간접적 권한 행사’ 등이다. 기업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이 사적인 민원 해결을 위해 관료 조직을 움직였다면 그 자체로 범죄라는 뜻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이권에 대기업들이 동원된 점을 여전히 “민원 해결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의도가 없었으며, 법리 공방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측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집권 초부터의 문화융성 정책 일환”이라고 항변한다.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의 행위가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준 최씨의 민원 해결을 도와준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돕는 회사가 있는데 대기업 광고도 수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능하고 스펙 좋은 인재가 있으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 등으로 부탁하면 박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지원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는 식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도 “박 대통령이 재단이나 최씨 사업 과정에서 한푼의 이익도 얻은 게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은 가운데 검찰에게 남은 시간은 1주일 정도다. 야3당은 국정농단 특검 후보 2명 추천을 29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고려하면 특검 수사 준비는 다음달 2일쯤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특별검사 추천과 관련해 “최대한 늦게 발표해 검찰이 수사를 더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겠다”고 말했다.

남은 시간 중 검찰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 성사 여부는 여전한 관심거리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검찰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해석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뇌물죄로 기소할 때 뇌물 수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23일 “29일까지 조사에 응하라”는 출석요청서를 발송했지만 박 대통령 측 반응은 없다.

박 대통령 조사가 무산될 경우 검찰은 우회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된 증거 및 진술을 최대한 확보해 특검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편 검찰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를 강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의 최측근 차은택(47·구속)씨와 송성각(58·구속) 전 콘텐츠진흥원장을 27일 동시에 기소할 방침이다.

노용택 지호일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