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사표 반려” “아니다”… 갈피 못 잡는 청와대

입력 2016-11-25 18:13 수정 2016-11-25 21:3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 수석은 지난 22일 오후 사표를 제출했으나 청와대는 사표 제출 나흘째인 25일까지 수리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25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문제를 놓고 종일 우왕좌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수석의 사표를 반려했고, 최 수석도 사의를 철회했다”는 말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대변인이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해명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사표를 손에 쥔 채 나흘째 수리 여부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박 대통령은 최 수석이 사표를 제출한 지난 22일 이후 그를 여러 번 만나 “차질 없이 일해 달라”고 당부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 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허원제 정무수석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모여 얼굴을 맞대고 회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최 수석에게 전폭적인 재신임을 보내면서 사퇴를 간곡하게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 수석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김 장관의 사퇴 의사가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사표 수리 여부를 매듭짓지 못하는 이유도 김 장관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주말 동안 김 장관을 설득한 후 다음 주 중 두 사람의 사표를 함께 반려하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 수사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앞둔 엄중한 상황이어서 두 사람 모두 붙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의 사표만 먼저 반려한 것처럼 알려지자 청와대가 공식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오후 늦게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어제의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며 “대통령은 아직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상황은 악화일로다. 일사불란하게 추진됐던 국정 역사 교과서는 오는 28일 공개를 앞두고 주무 부처인 교육부에서 이견이 표출됐다. 다음 달 9일 전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한·중·일 정상회의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유일한 방패막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국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100만 촛불집회’ 이후 무리하게 국정 복귀를 시도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파행과 혼란만 더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실별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총리실에 넘겨줘야 할 주요 국정 과제를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추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 이후 3주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도 청와대 신임 참모진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던 지난 18일이 마지막이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소추 의결을 전후해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