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들어갔지만… 머나 먼 ‘탄핵 로드맵’

입력 2016-11-26 00:09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헌법재판소 결정과 이후 대선까지 남은 장애물이 많다. 탄핵소추안에 포함될 내용도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 범위나 조기 대선에 대한 야권의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 ‘탄핵 로드맵’ 곳곳에 난제가 얽혀 있는 상황이다.

야3당은 28∼29일까지 각 당의 탄핵소추안을 마련한 뒤 이달 말까지 공동 소추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2일로 예상되는 탄핵안 가결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검찰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소추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청와대가 SK·롯데그룹의 면세점 특허권 취득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개성공단 폐쇄 과정과 세월호 사고 당시 직무유기 등 입증이 어려운 사안의 경우 소추안 포함 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25일 “혐의를 다양하게 적시할 경우 탄핵소추 사유는 강력해지지만 헌재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심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내년 1월로 예정된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이전에 탄핵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헌재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헌재법 51조에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을 이유로 헌재가 심판을 정지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우 탄핵 결정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실무준비단장은 “수사 중인 혐의를 개별적으로 적시하는 방향이 아니라 국민 주권주의 등 헌법 위반에 기초해 소추안을 작성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탄핵추진단 간사는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51조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생길 문제점도 해결되지 않았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황 총리는 대선 준비를 주도하는 등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황 총리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황 총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민주당 민병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 및 역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황 총리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여야 개헌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탄핵·개헌 병행론’과 야권 유력 대권 주자들의 ‘조기 대선론’이 충돌하는 상황도 탄핵 정국을 복잡하게 할 여지가 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개헌파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대선 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병행론을 제시하며 탄핵안 처리 시점을 연기하자고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은 개헌으로 촉발될 대규모 정계개편을 우려하며 조기 대선 분위기를 굳혀가고 있다. 현상 유지가 유리하다는 셈법이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탄핵안 가결 이후가 더 문제”라며 “대선 국면이 시작된 것이라 치열한 차기 권력다툼이 예상된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