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허겁지겁 탄핵 안 된다” 하태경 “국민에 깔려 죽고 싶냐”

입력 2016-11-25 17:56 수정 2016-11-25 21:43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새누리당이 25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문제를 놓고 또 한번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탄핵 추진과 비상대책위 구성 등 수습책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대거 불참했다.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선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 주장대로 허겁지겁 12월 2일 또는 9일에 탄핵을 처리하는 것을 답안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로드맵을 정교하게 설정하지 않고 무작정 탄핵을 의결하는 건 하책(下策)”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대통령 탄핵 절차 협상 권한을 자신에게 일임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황영철 등 비주류 의원들은 “12월 2일 탄핵안 처리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정 원내대표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유승민 나경원 황영철 김영우 의원 등은 탄핵안 처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도 “헌법적 절차를 통해 국정 공백을 하루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조기 탄핵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내일 광장에 나오는 국민들의 발아래 깔려죽을 것”이라며 조기 탄핵 당론 결정을 주장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 원내대표는 탄핵 반대나 회피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정치권의 관심이 헌재와 차기 대선에 집중돼 개헌 논의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주류 의원 32명의 요구로 열린 새누리당 의총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 다수가 불참하면서 60여명만 참석한 ‘반쪽 의총’으로 끝났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싸우는 의총이 될 게 뻔한데 뭐하러 나가느냐”고 했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계 중진 의원 8명은 전날 따로 모여 정국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