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사진)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최순실 사태로 인한 한국의 국정 마비 상황이 대통령의 사임과 무관하게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실린 기고문에서 “2주 사이 박근혜 대통령의 두 차례 사과는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커녕 부채질을 했다”며 “박 대통령의 즉각 사임과 관계없이 한국의 국정이 몇 달간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정 마비 사태는 미국의 정권 교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 과거에도 대통령 주변인들에 의한 부패 사건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강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것은 박 대통령의 비밀스러운 행동과 결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 비선으로부터 인사 및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 국민적 분노와 당혹감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면서 “각종 사건들이 박 대통령의 통치력을 고갈시켰지만 다른 사람이 대체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통령이 사임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한국의 어떤 야당도 그 시간 내에 후보를 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권력교체 시 정치적인 안정을 위해 달성해야 할 세 가지 과제로 합법적 절차를 위한 일정 수립, 권력공백 문제 극복, 장기적 관점의 개헌 논의를 제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한국 국정 마비 몇 달간 지속될 수도”
입력 2016-11-25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