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삼킨 화마(火魔)에 수만명이 피신했다. 단순 화재가 아닌 악의적 방화, 즉 ‘테러’ 논란도 불붙었다.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북부 해안도시 하이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는 긴급 대피령을 발동했다. 주민 8만명이 집을 떠났다. 호흡이 힘든 주민 130여명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불은 두 달간 이어진 가뭄과 건조한 날씨, 거센 바람에 힘입어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하이파 북부 지역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다. 30만명이 사는 하이파는 예루살렘, 텔아비브에 이은 이스라엘 3대 도시다.
이스라엘은 ‘신종 방화 테러’에 무게를 둔다. 하이파를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방화는 테러”라며 “이스라엘 일부를 불태운다면 누구든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다분히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린다. 길라드 에르단 공공안보 장관은 “전체 화재의 절반이 방화로 보인다”며 “신종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미 방화 혐의로 12명을 체포했다. 가연성 액체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니 알샤이크 경찰청장 역시 “방화라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성명을 통해 “무엇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팔레스타인의 땅과 나무를 태우고 있느냐”며 이스라엘에 맞불을 놨다. 하이파 출신 아랍계 국회의원 아이만 오데는 “화재는 아랍인과 유대인을 나눌 문제가 아니다. 방화를 저지른 자는 모두의 적”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전역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다. 불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잇는 443번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탈몬에서는 학생 300명이 대피했다. SNS에서는 ‘불타는 이스라엘(Israel_on_fire)’이라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가고 있다. 현지 일간 하레츠는 2010년 이후 최악의 화재라고 전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불타는 이스라엘… ‘신종 테러’ 무게
입력 2016-11-25 18:27 수정 2016-11-25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