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55·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014년 문체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에 “해외연수 대학을 내 뜻대로 선정하지 않으면 재단을 없앨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구에 반대했던 이 재단은 실제 다른 기관에 통합돼 사라졌다. 김 전 차관의 외압은 우병우(49) 민정수석이 이끌던 특별감찰반에 포착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체육인재육성재단은 2014년 김 전 차관의 압력을 받고 선수경력자, 국제심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외국어 해외연수 교육장소를 미국 A대학으로 선정했다. 이때 김 전 차관은 “A대학에 사업을 안 주면 재단을 없앨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김 전 차관은 2010년 2월부터 본인이 공직에 나아가기 직전인 2013년 2월까지 이 재단에서 이사를 맡았었다.
김 전 차관의 요구사항에 반대했던 이 재단은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기능조정 당시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의 통합이 예정됐고, 같은 해 11월 해산됐다. 스포츠 분야의 유일한 인재 교육기관이 사라진 직후 최순실(60·구속 기소)씨의 K스포츠재단이 출범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통합 반대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지만 결국 소용없었다”며 “재단이 김 전 차관의 말을 잘 들었다면 없어졌을까 싶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김 전 차관의 해외연수 대학 선정 외압 당시 청와대에 투서가 접수됐던 사실도 눈여겨보고 있다. 일명 ‘짖지 않는 워치독’ 논란으로 불리는 우 전 수석의 비선실세 비위 묵인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이 재단의 마지막 이사장이던 송강영(51) 교수 등 직원 여럿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당시 정황을 재확인한 상태다. 이들은 통합 과정에 석연찮은 외압이 작용했다는 억울함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김 전 차관과 문체부 직원들을 감찰해 전횡을 파악했고, 우 전 수석에게도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특별감찰반 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체육계 실세로 군림해온 과정에 우 전 수석의 조력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의혹들을 살피고 있다”면서도 우 전 수석을 조만간 소환 조사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코너링이 좋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해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우 전 수석의 아들(24)은 이날 전역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특별감찰반, 김종 비위 포착 2년 전 보고… 조치는 없었다
입력 2016-11-25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