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이병규(42·LG 트윈스). LG하면 이병규였고, 이병규하면 LG였다. 이병규가 서울 잠실구장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라는 노래가 나오면 LG 팬들은 가장 환호했다. 이제 이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이병규가 은퇴를 선언했다.
LG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24일 이병규가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1997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뛰던 2007∼2009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LG에서만 뛰었다. LG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이병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7시즌 동안 통산 17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161홈런, 972타점, 147도루, 992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도 7차례(외야수 6회·지명타자 1회)나 수상했다. 이병규는 데뷔 첫 해에 126경기에서 151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05, 7홈런, 69타점, 23도루, 82득점의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99년에는 192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최다안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 해 30개의 홈런을 치고 31개의 도루를 성공해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선수 최초로 ‘30-30 클럽’에 가입했다. 2006시즌을 마치고 일본 주니치로 둥지를 옮긴 이병규는 2007년 일본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2010년 친정인 LG로 복귀 후에도 이병규는 이전의 명성을 이어갔다. 2012년 한·일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이병규는 2013년 타율 0.348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그 해 7월 5일 목동 넥센전에선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한경기에서 홈런, 단타, 2루타, 3루타를 치는 것)를 때려냈다. 이병규는 또 2014년 5월 6일 잠실 한화전에서 당시 역대 최소경기인 1653경기만에 2000안타를 달성했다. 단일팀에서 뛰며 2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이병규가 최초였다.
다만 이병규는 2014년 타율 0.251에 그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올 시즌에는 팀의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줄곧 2군에 머물렀다. 시즌 최종전인 10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한 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때려낸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이병규는 “다른 팀에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최종 답은 ‘아니다’였다”며 “LG를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많았기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LG 특유의 신바람 야구의 마지막 세대였다. ‘적토마’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통솔했다. 그런 카리스마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팬이 됐다. 다만 LG ‘도련님 야구’에 불을 지폈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많은 LG 선수들이 겉멋만 들이고 개인플레이를 일삼아 팀 성적이 바닥을 쳤고, 이병규가 그 중심에 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또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보다는 최고참인 이병규의 눈치를 더 많이 본다는 소문도 나오면서 그의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병규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한지붕 두가족’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홍성흔(40)이 은퇴를 선언했다. 잠실구장의 양대 ‘레전드’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LG家 ‘적토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력 2016-11-25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