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가금농가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 스틸·Stand still)을 발동했다. 확산방지 차원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곧 100만 마리를 넘어설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스탠드 스틸을 내린다고 25일 밝혔다. 이 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류와 관련된 사람, 차량, 물품 이동이 중단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AI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이튿날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전국 가금농장에 일제소독 명령을 내렸었다.
스탠드 스틸을 위반하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방역 당국은 중앙점검반 42개를 구성해 농가 및 축산 관련 시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스탠드 스틸은 AI 방역 단계에서 고강도 대응카드다. 그만큼 이번 AI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감염 범위가 넓다. 지난 16일 최초로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현재까지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은 지역은 5개도, 7개 시·군에 이른다. 1주일 사이 남부지방부터 수도권 북부까지 ‘서해안 벨트’ 전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면에 이어 인접한 병천면에서도 25일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 21일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전북 김제 농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안성시 대덕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는 닭 사육 규모에서 전국의 21.0%, 오리는 3.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70만3000마리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21만1000마리 살처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방역 당국은 일단 농가 간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바이러스가 차나 사람에 의해 농가로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에도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뒤 농가 간 ‘2차 전파’가 일어났던 만큼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체 감염 가능성과 관련해 전남 해남, 충북 음성 농가에서 검출한 AI 바이러스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오리와 종계를 대상으로 가금이동승인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등 가금 농가를 적극적으로 관리키로 했다. 농식품부·행정자치부·국토교통부는 17개 시·도와 함께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열고 AI 확산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235개 읍·면의 가금류를 검사하고, 발생 농장과 전통시장 등 취약 대상 632곳의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확산위험도 분석을 통해 AI 발생 위험지역의 소독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초동 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매몰지 관리, 인체감염 예방, 철새의 농가 유입 차단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지자체는 농가·축산시설 소독, 외부인·차량 출입통제, 농가 모임과 철새도래지 방문 제한 등 차단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지 점검키로 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고병원성 AI’ 급속 확산… 가금류 ‘스탠드 스틸’ 발동
입력 2016-11-25 18:20 수정 2016-11-25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