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문재인의 너무 가벼운 입

입력 2016-11-25 18:43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일부 야당 대표급 인사들의 행보가 보기 민망하다. 꽃놀이패를 쥐었으니 마음대로 해도 정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광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혈세 2000억원 이상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날 저녁 민주당은 “청와대가 지난 2년간 2026만원어치 주사제를 구입한 걸 착각해 발언한 것 같다”고 정정했다. 2000만원과 2000억원을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그는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차가 아니라 청와대의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 모르겠다”는 독설도 퍼부었다. 지난주 광화문 촛불집회를 앞두고는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했다. 국민들이 그 말을 믿을 정도로 무지몽매하다고 여기는 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때에도 비하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부역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지난 14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내 반발로 14시간 만에 거둬들이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대통령이 결단만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부적절했다. 자신이 대권을 잡은 양 오만함을 드러내고 국민들의 분노를 무시했다.

제1야당의 대표와 선두 대권 주자의 발언과 처신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국민들에게 어떻게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선명성만 내세워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대통령을 보면서 상처받은 국민들은 나라 걱정보다는 대권을 향해서만 질주하는 야당의 모습에 또 한번 실망하고 있다. 민심은 냉엄하다. 두 사람이 계속 헛발질을 한다면 100만 촛불의 분노가 야당으로 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